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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바꾸는 '작은 차이'

말소리튜닝 23

by 신미이

우리 입 속에서 자음 소리가 만들어지는 자리, 즉 '조음 위치'는 네 곳입니다.

밖에서 안쪽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순(1번)-치조(2번)-경구개(3번)-연구개(4번)


1번 양순, 즉 두 입술에서는 'ㅁ,ㅂ,ㅍ,ㅃ' 4개의 자음 소리가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이를 양순음이라고 부르는데, 양순음은 두 입술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소리가 나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리를 내기가 쉽습니다. 아기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뭐부터 하나요? "엄마", "맘마", "아빠"부터 하잖아요. 이건 소리 내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참조:말소리튜닝 21,22)


2번 치조부터는 입술이 아니라 혀가 관여합니다. 혀가 윗잇몸에서 떨어졌다 붙었다 하면서 소리가 납니다.

입술을 이용하는 양순음보다 소리 내는 게 더 어렵습니다. 치조에서 나는 자음 소리는 어떤 게 있을까요?


'ㄷ,ㅌ,ㄸ'은 물론 'ㄴ'과 'ㄹ'도 치조에서 소리가 납니다. 'ㅅ,ㅆ'도 치조에서 만들어집니다.

무려 7개의 자음 소리가 여기 치조에서 만들어집니다. 제일 바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발음 오류도 잦은 곳입니다.


각각의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드~,트~,뜨~드~,트~,뜨~드~,트~,뜨~" 해보세요.

혀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 혓날이 윗잇몸에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소리가 납니다.

혓날이 윗잇몸에 완전히 붙었다가 떨어집니다.

혓날이 완전히 붙었다가 떨어지는지 어떻게 아냐고요?

이렇게 해보세요. '드' 소리를 내기 직전, 얼음! 혓날이 윗잇몸에 닿은 상태로 멈추세요. 그리고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세요. 어떠세요? 숨을 들이쉴 수 있나요? 저는 숨이 막혀 줄을 것 같습니다. 숨이 드나드는 길을 혓날이 완전히 막았기 때문입니다. 호흡이 나가는 길이 막혔다가 다시 열리면서 자음 'ㄷ' 소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ㅌ'과 'ㄸ'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집니다. 다만, 바람의 세기가 다를 뿐입니다. 바람이 세기가 다르다는 의미가 뭔지는 'ㅂ,ㅍ,ㅃ'의 차이를 설명한 앞글을 참고하세요.


다음으로

"느~느~느~느~" 해 보세요.

자음 'ㄴ'도 혓날이 윗잇몸에 완전히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소리가 납니다.

'ㄷ,ㅌ,ㄸ'와 유일한 차이는 'ㄴ'은 호흡이 코로도 빠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ㄴ'을 비음, 콧소리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ㄷ,ㅌ,ㄸ'을 소리 낼 때는 호흡이 입으로만 100% 빠져나간다는 의미입니다.


자음 'ㄹ'은 어떨까요?

"르~르~르~르~" 해 보세요.

이번에는 혀끝이 윗잇몸에 닿아요. 닿긴 닿는데 살짝만 닿아요. 혀끝은 혓날 앞쪽에 있는 혀의 뾰족한 분분이에요. '르' 소리 내기 직전, 얼음! 하고 멈춰보세요.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세요. 어때요? 저는 숨을 들이마실 수 있어요. 호흡이 들락거려요. 혀가 완전히 붙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ㄹ'을 흐르는 소리, '유음'이라고 불러요. 전문 용어는 몰라도 돼요. 하지만 소리가 만들어지는 방법의 차이는 꼭 느끼셔야 합니다. 그래야 말소리의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자음은 'ㅅ,ㅆ'입니다.

"스~쓰~스~쓰~스~쓰~" 해 보세요.

혀가 어디에 닿습니까? 윗잇몸이죠. 더 정확히 말하면 혀끝이 윗잇몸에 닿아요. 그래서 치조음입니다.

자음 'ㅅ,ㅆ' 소리도 혀끝이 윗잇몸에 닿을 때 나는 소리입니다. 혀끝이 윗잇몸에 닿지 않으면 정확한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우리말 'ㅅ,ㅆ' 소리는 혀끝이 윗잇몸에 닿아야만 정확한 소리가 납니다.

다른 치조음과 차이가 있다면, 'ㅅ,ㅆ'은 계속 닿아있는 상태로 소리가 납니다. 쉽게 말해서, 'ㄷ,ㄴ,ㄹ'은 혀가 잇몸에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지만, 'ㅅ'은 계속 붙어 있습니다.

해볼까요?

"드드드~ 느느느~르르르~"

혀가 붙었다 떨어지죠.

"스스스~"

혀가 계속 붙어있죠.


저걸 설명하면 어떤 사람은 쉽게 느끼고 이해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잘 모르겠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시간을 두고 다시 시도해 보세요. 느껴야 합니다.

작은 차이가 말소리의 결과를 바꿉니다.

이 작은 차이를 무시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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