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도 충분한 글쓰기 루틴 만들기
전자책 한 권을 완성했다.
누군가에겐 소소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무수한 밤과 마음이 깃든 시간의 증거다.
사실 몇 번이나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다.
이걸 누가 읽을까
나한테 이런 걸 만들 자격이 있을까
무수히 많은 생각이 수시로 고개를 들었다. 불쑥 올라오는 자기 불신을 삼키고, 초고와 목차를 몇 번이고 다시 고쳤다. 그러다 문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완성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조용히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
이번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명확하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리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비싼 강의료, 낯설고 어려운 작법서, 주변에 쉽게 묻기 어려운 환경. 그 모든 막막함 속에서 ‘그냥 쓰고 싶다’는 마음조차 작아지는 이들을 위해, 내가 먼저 다녀온 길을 지도처럼 펼쳐 보이고 싶었다.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다. 수십만 원짜리 강의를 들었지만, 얻은 건 막연함과 허탈함뿐이었다. 작법서는 책장에 줄지어 있었지만, 내 글에 제대로 적용해야 하는지 혼자 확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노력한 만큼 자신감이 따라오지 않는 그 감각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잘 쓰는 법을 말하기보다 '계속 쓰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작가가 되는 것도 물론 뜻깊은 일이지만, 나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고, 그 감각(자기만의 표현과 감정의 리듬)을 꾸준히 지켜가려는 이들을 돕고 싶었다.
하루 30분,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풀어내는 루틴은 간단하지만 한 개인에게 꾸준히 쓰는 힘을 주는 루틴 중 하나이다. 처음엔 문장 하나를 적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라도, 그 시간을 견디는 연습은 그냥 쓰는 사람이 아닌, 꾸준히 쓰는 사람으로 바꾸어준다.
내가 감정을 꺼내는 글을 짓는 것이 익숙해질 무렵, 새로운 고민이 찾아왔다. 어떤 날은 마음이 쉽게 열렸고, 또 어떤 날은 한 문장도 쓰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
혼자 쓰는 글이 이대로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생기면서 나를 도와줄 조용한 대화 상대가 필요해졌다. 그 무렵 나는 AI 기술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었고 이전처럼 거절하기보다 한 번 받아들여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AI가 정말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 글을 대신 써주는 존재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던 것들을 잊지 않도록, 조용히 비춰주는 거울 같은 존재다.
감정을 문장으로 정리하는 법을 안내해 주고 혼잣말 같던 생각을 꺼내게 도와주는 조력자. 처음엔 낯설었지만, 자꾸 말을 걸다 보니 문장이 생기고, 말투가 생기고, 어느 순간 나만의 서사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술은 감정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의 흐름을 더 안전하게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AI 시대의 글쓰기란 기술의 도움을 받아도 여전히 '내 말'로 시작되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건 ‘어떻게 잘 쓸까’가 아니라, '어떻게 나답게 계속 써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작가라는 타이틀도 좋지만, 백 살까지 쓰는 할머니로 살 것이다. 그렇기에 내 안의 언어로 하루를 살아내고 내 말로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이번 책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은 누군가에게 작은 출발점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매일을 단단히 써나가고 싶은 사람, 잘 쓰기보다 멈추지 않고 쓰고 싶은 사람, 그리고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당신도 충분히 쓸 수 있어요."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
그걸 끝까지 품는 일만으로도 글쓰기는 충분히 시작될 수 있으니까.
● 자신의 기쁨을 따르라. 그러면 우주는 벽만 있던 곳에 문을 열어줄 것이다. -조지프 캠벨
● 나는 평화로운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위험천만한 자유를 택하겠다. -토머스 제퍼슨
● 허영과 오만은 종종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서로 달라. 허영심 없이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기를 바라는지와 관련이 있어.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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