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로 Jul 21. 2024

8 라운지 운영체계

한국형 애자일 프로젝트


"자녀의 미래는 사회 및 가정환경이 약 80~90%를 차지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만큼 DNA 유전보다,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인간은 상황사람과의 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며, 고로 사회 집단과의 상호 교류에 따라 가치관이 형성된다. 이러한 가치관은 집단의 성격과 형태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이때 사람의 개성과 가치관이 상향, 혹은 하향으로 형성된다. 결국, 이러한 가치관은 품성으로 이어지며, 성인이 되어서 교양과 품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려다 이렇게 서두가 길어졌다. 그렇다면, 비단 자녀와 가정에만 이러한 사항이 적용되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사회의 조직생활 또한 하나의 가정으로 대입해 생각해 보면, 스타트업 팀원 혹은 직장인들은 모두 하나의 자녀들인 것이다. 경영진은 이러한 사항을 인지하고, 그 중요성을 각성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내용에 따라 사무실 환경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임대사무실이 아닌, '8 LOUNGE'라는 작은 사옥을 매입해, 새로운 공간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러한 결정은 나비효과가 되어, 팀 전체의 분위기를 고무시켰다. 주인의식이라는 책임감이 형성되었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의 말처럼 공유와 연대의식이 자리 잡게 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제 자율성을 펼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되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8 라운지 공간에서 추진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 있었던 '청년 실무 경험 프로젝트'를 필두로 추진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8 라운지 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범주라면 무엇이든 진행했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상호 갈등과 애로사항은 있었으나, 새롭게 만들어 간다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갈등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이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작은 공간에서 3~4개의 가상 프로젝트가 형성되었고, 이는 매니지먼트에서 말하는 "애자일 시스템"을 한국형으로 커스터마이징 한 것과 모양이 유사해졌다. '애자일 조직'이란, 쉽게 비유하면 철새무리 혹은 바닷속 수십만 마리의 치어때와 같이 각각의 객체이면서도 무리를 지어 상호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긴밀한 조직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큰 공룡처럼 보이다가도, 가까이에서 보면 각자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 무엇. 예컨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엔비디아' 회사 또한 사내 스타트업이 약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 속의 스타트업들은 유기적으로 연대하면서 각자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조직이다. 우리는 이것을 애자일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애자일 조직'을 설명하려면, 책 1권을 써야 하므로 여기서는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어쨌거나, 나는 실리콘벨리의 장점과 애자일 시스템에 관해 몇 년간 고민을 하고 있었던 터라. 이것이 한국문화에 적합한지에 관해 테스트를 할 기회가 없었다. 무엇보다 사회초년생,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와닿는지 또한 알고 싶었다. 때마침, 대학 창업가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이어서 8 라운지라는 공간이 생겼다. 마치, 나에게 실전연구를 해보라는 듯 하늘에서 기회를 준 것만 같았다.


결론적으로, 미국식과 한국식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근본은 다르게 접근해야 함을 알았다. 쉽게 말해 실리콘벨리의 장점이라고 해도,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기질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유교문화가 오랫동안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공동체문화 아닌가? 이러한 공동체문화는 한국스러움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떳떳이 증명하고 있고, 이제는 선진국의 좋은 제도를 무조건 적인 도입은 시대에 뒤처진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줬다.

  

8 라운지의 운영 스타일도 한국인의 기질에 맞춰 DIY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에 맞춰 만들어보니, 결국 한국식 애자일 프로젝트와 비슷해졌다.



누구는 이러한 생각은 적응이 안 된다고 말하는 교수 및 멘토도 있었고, 또 어떤 멘토는 직접 서울에서 내려와 설명을 듣고 가던 분들도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경기도 도시재생 센터에서 견학을 오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 친구들이 프리한 상태에서 어떻게 빠른 성장이 있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렇다. 이 무렵인듯하다. '강수'와 '김수'는 각자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을 받게 되었고, 엔젤투자 적격심사에서 승인을 받았다. 이때부터 두 팀은 선의의 경쟁을 하기 시작한다. 팝콘 들고 관전을 하다 보면, 흥미진진할 때가 많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가는 모습을 말이다. 마치, 경마장의 말이 앞만 보고 냅다 뛰어가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이 둘의 나이는 23세. 최연소 타이틀이 계속 붙었다.





이때부터 이들 담당 대학교 교수의 태도가 점점 바뀌기 시작한다. 언제는 그딴 거 하지 말고 수업이나 잘 들어라는 핀잔을 주던 분들이, 어느새 다리를 걸치려는 모습을 모고 있노라면... 뭐랄까... 내가 말 안 해도 독자가 느끼는 그 느낌... 그거 맞다.


추후, 이들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사업에 나란히 선정된다. 그러곤 8 라운지를 벗어나, 서울의 작은 거점 사무실을 차리고 마침내 TIPS투자까지 받게 된다. 참고로 TIPS투자는 최대 10억을 무상으로 지원받는 정부지원제도의 끝판왕이다. (물론 스케일업 TIPS가 있긴 하나, 거기까진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고 나서의 일이니 8 라운지의 범위에서는 번외로 하겠다.) 이어 '김수' 또한 엑셀러레이터에 선정(약 1억)되고, 곧이어 TIPS투자를 받는다. 작은 공간에서 TIPS투자를 무려 두 팀이 연이어 받은 것이다. 이건 우연일까?


이들을 얇잡아봤던 대학교 교수들도 서로 안다. 선정이 까다롭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무에서 시작해 3년 만에 도약했다. 무엇이 이들의 성장을 견인했었을까? 그건 바로 본질적 사고와 철학, 그리고 인문이라는 중심이 자리 잡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방법론을 알았기에 가능했다. 그렇다. 이들은 능력 없는 게 아닌, 기회가 주워지지 않았고,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나는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4년의 시간을 헌신했다.


한편, '황민'팀은 이들의 성장과정을 눈으로 지켜보면서 타산지석 삼게 된다. 빠른 성장은 때론 부작용도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그 점을 보완하고자 노력했고, 1년 후 결국 외식업 아이템을 만들어 재방문자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8 LOUNGE의 경험은 한국형 애자일 시스템이 우리 문화에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스템은 팀원들의 주인의식과 연대감을 강화하고, 자율성과 상호 존중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팀원들은 프로젝트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유연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유연한 조직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수다. 8 LOUNGE의 사례는 스타트업들이 나아가야 할 여러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흥미로운 시도들이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끝]

이전 18화 8 LOUNGE, 작은 사옥을 마련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