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편이 회사에 육아휴직 계획을 알렸을 때 벌어진 일

신기루같은 제도, 아빠 육아휴직

브런치 글 이미지 1

2025년부터 공동 육아휴직 시, 육아휴직 가능 기간6개월 추가되고, 첫 달 급여 상한선 50만 원가량이 높아졌다. 2030년 성 육아휴직 목표율이 70%라는 것을 보니, 정부에서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 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 멀었다. 2022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 사용율은 겨우 꼴랑 6.8%. 아마 2025년인 지금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남자 육아휴직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신기루 같은 복지이기 때문이다.


함께 육아휴직을 쓰면 출근 안 해도 둘이 합쳐 5,920만 원이나 받을 수 있는데, 왜 쓰지 않는 걸까? 기혼 플랫폼인 마미톡에 익명글쓰기를 했고,  댓글과 공감수들을 정리해 봤다.(270개, 중복 포함하여 카운팅)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유]

1. 복귀 후 진급, 근무평가 불이익 (54%, 146건)

 - 남성 육아휴직 시, 급은 최대로 밀리고 근무평가는 최하점을 받음. 당해 고과는 B 보장이겠지만 그 이후 고과 최하위일 것이다.

 - 공무원, 공기업임에도 육아휴직 사용 시, 승진에서 밀림. 유저는 공공기관 직원인 남편이 실제로 아휴직 사용 후 승진시험 대상자에서 빠졌다고 경험담을 썼다.

 - 승진만 밀리면 다행, 자리 보존조차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절대 쓰지 못한다는 댓글도 꽤 있었다.

2. 상사, 동료의 눈치와 시선 (26%, 71건)

 - 육아휴직으로 자리 비울 시, 동료들과 상사가 업무를 나눠가져야 하므로 시선이 곱지 않.(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대체자 뽑지 않음.)

 - 회사 대표가 남자 육아휴직 가하다고 .

3. 그 외, 소득 대비 정부 육아급여가 너무 낮는 이유(20%, 53건)


심지어 자기 남편은 육아휴직은 무슨, 출산휴가도 불이익이 겁나서 출산 당일 반차만 썼다는 댓글도 있었다. (참고로 수백 개의 댓글 중, 남성 육아휴직 사용예정인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


남성 육아휴직 시, 이런 불이익이 있다고 하면 국가는 노동청에 신고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노동청에 신고하면 되겠지만, 그 이후의 회사생활은 어떡하라는 말인가? 아마 낙인찍혀 회사생활 내내 힘들게 살아가거나 퇴사의 길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힘들게 입사한 회사, 그걸 각오하고 육휴를 쓰고 신고할 사람은 없다.


인구수가 많은 90년대생은 풍족한 부모의 서포트 아래 렸을 때부터 또래 사이에서의 경쟁 에서 살았다. 그 경쟁을 통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공무원, 공공기관 등 자신에 맞는 회사에 입사했고 그 안에서도 무한 고과/승진 경쟁을 하고 있다.


 와중에 임신, 출산 시기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 커리어가 가장 중요한 시기와 겹친다.  옆에 새끼를 제치고 내가 올라가야 하는데, 승진과 고과 불이익 감안하고 육아휴직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육휴 다녀오면 내 동기 놈들이 나보다 직급이 되는데 어떻게 다녀오란 말인가!


내 남편 또한 회사에 와이프(나)의 임신 소식을 알렸을 때, 진급을 생각한다면 출산휴가 20일은 다 쓸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PL로부터 들었다. 꼴랑 20일짜리 출산휴가도 못쓰는데, 육아휴직쓰면 생 진급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임신, 출산 플러스로 육아의 부담까지 모두 떠 앉고, 못 참다가 결국 퇴사하게 된다. 그 후 경력단절되어 전업주부, 마트 캐셔로 가는 것이다. (참고로 마트캐셔 학벌이 마트관리자 가방끈보다 길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성 선배들의 경단 발자취를 보니 어린 여들도 아기 낳을 생각이 없다. 아기는 곧 발목 잡는 족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와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1. 부부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한다. 아이 출산 시, 12년 이내동안 부부 모두 1.5년씩 사용하지 않으면, 고용주가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부부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면, 고용 시 발생하는 남녀차별도 줄일 수 있는 큰 장점도 있다.


2. 육아휴직 급여도 대폭 늘려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들어갈 돈이 더 많은데, 월 250만 원의 육아급여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국민템 하이체어 세트만 해도 75만 원이 넘는다.)

나라에 돈이 없다고? 줄줄 새는 돈을 막으면 된다. 서울시 출산장려를 위한 "조이고 댄스"라고 들어나? 무려 장관상까지 받았단다. 이런 쓸데없는 곳에 나가는 돈을 모으면 충분하다.


3. 출산 시, 회사에서 진급 누락이 아닌, 진급 혜택이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대리→과장, 또는 선임→책임 진급하는 나이대가 30대 초중반으로 임신, 출산 이다.

이 나이 때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진급을 보장해줘야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진급 후 아이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노산에 난임, 낮은 출산율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고과와 진급에 대한 경쟁과 압박이 없다면, 사람들은 편한 마음으로 아이를 낳을  있을 것이다.


4. 부모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주 4일제와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흐름이라 생각한다.

돌봄, 늘봄 학교 활성화? 은이들이 양계장 닭도 아니고, 만 낳고 직접 키우지도 못하는데 왜 낳는가?

과거엔 주 6일이었는데 애 많이 낳았다며, 반박하는 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때는 대부분이 외벌이 었고, 지금 맞벌이가 대부분인 세상이다.


아이가 없으면 국가는 망한다. 국가가 망하면 회사도 있을 수가 없다. 국민이 없는데 어떻게 국가와 회사가 있을 수가 있나? 그것이 바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뇌가 있다면 생각이란 걸 해야 한다. 눈치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모든 불이익을 무릅쓰고 남자 육아휴직을 쓴다는 말을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약자인 근로자를 꼬실 것이 아니라, 못쓰게 하는 고용자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출산율도 올라간다.


참고로 마미톡 플랫폼에 남성 육아휴직을 왜 쓰지 않냐는 글을 올렸을 때, "몰라서 묻냐, 외국인이냐? 약 올리냐? 답정너냐?"라는 악에 받친 댓글 많이 달렸다. 공감수도 매우 많이 눌려져 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냐는 조롱도 달렸다.


나는  조롱은 정치인과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정책입법자들을 향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 12화 MZ며느리가 알아서 따르는 멋진 시어머니 되는 법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