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서사가 그려낸 시대의 풍경"

《외딴방》, 신경숙

by 김선우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이 첫 문장은 《외딴방》(1995)의 갈래적 특성을 말해준다.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 쯤의 글이라면 자전적인 소설일 것이다. 작가는 《외딴방》에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에 구로공단의 노동자이자 산업체특별 학급의 학생으로 지낸 자신의 경험을 섬세한 언어로 재구성했다.


작가는 첫 문장에 이어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자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런 면에서 《외딴방》은 문학의 본질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속 서술자에게 글쓰기는 회피가 아닌 직면이며, 망각이 아닌 기억이다. 글쓰기를 통해 그동안 말하지 못한 것, 외면했던 것, 지워졌던 것, 즉 구로공단의 좁은 쪽방에서 살았던 사람들, 희재 언니의 죽음, 고단한 노동과 가난 등 그 시절의 아픔들을 회상하고 해석한다. 이를 통해 희재 언니, 하계숙 등 존재했지만 아무도 호명 하지 않았던 소녀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부여한다.


소설의 배경으로 10·26 사건, 12·12 군사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제시되었다. 작가는 그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셋째 오빠의 입을 통해, 그리고 공장 노동자인 자신과 친구들의 삶에 미친 영향들을 통해 그 시절의 억압과 모순을 드러낸다. 노동소설의 전형성과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없지만, 풍속화처럼 보이는 섬세한 묘사로 당대를 핍진하게 그려냈다.


《외딴방》은 한국 문학사에서 자전적 서사가 어떻게 문학적 성취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개인의 기억을 사회적 증언으로 변모시켰고, ‘집단과 투쟁’ 중심의 전통적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기억과 내면’, ‘여성의 감각과 언어’ 중심의 서사로 전환했다. 신경숙은 이 작품을 통해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흐름을 바꾸는 데 영향을 주었다. 《외딴방》은 1996년 제11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2009년에는 프랑스에서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Prix de l'Inaperçu)’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경숙은 《외딴방》외에도 《풍금이 있던 자리》로 제26회 한국일보문학상, 《깊은 숨을 쉴 때마다》로 제40회 현대문학상, 《부석사》로 제2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엄마를 부탁해》로는 2012년 한 국 작가 최초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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