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밤 Aug 13. 2024

아이의 꿈을 이끈다는 착각

어떤 일을 시작하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동기부여’다. 그것도 외부가 아닌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온 ‘동기부여’ 말이다. 그렇게 자기 의지가 발현되어 다짐하고 또 다짐한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꿈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동기가 어떤 계기로 일깨워져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렵게 그 꿈을 그려냈다 하더라도 자기 내면의 의지를 끌어내지 못한 채 외부에서 다그치는 목소리에 쉽게 지치고 만다.

때때로 아이의 꿈을 이끈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아이의 자유의지를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꿈꿀 수 있는 장을 보여준다는 착각. 하지만 아이의 꿈을 이끌기 위해 알게 모르게 아빠인 나의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한다. 나의 바람이 마치 아이의 내면에서 끌어올린 동기인 것처럼 여기면서 말이다.

 
아내는 나와 달랐다.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의 자유를 무한하게 허용한다. 물론 예의에 어긋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는 세상 단호하지만. 아이의 꿈을 이끌기 위한 보이지 않는 나의 강요는 때때로 아내의 심기를 거스른다. 그래서 아내는 종종, 아니 자주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 채원이도 다 생각이 있어요. 어쩌면 당신보다 더 생각이 깊을지도 몰라요.”

아이와 함께 산책하듯 자주 도서관에 들른다. 마침 도서관의 이름도 ‘산책’이라 도서관은 우리 가족의 소소한 산책길이 되곤 한다. 도서관에 들를 때면, 나는 아이에게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나름의 기준으로 골라준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골라준 책들은 ‘아빠인 내가 생각한 좋은 책’일 뿐이었다.

반면, 아내는 아이에게 책을 골라보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는다. 대신 도서관에 들어서면 아내는 아이에게 매번 이렇게 말한다.

“채원아, 책 냄새가 포근하고 참 좋다.”

아내의 그 말을 들으면 도서관에 켜켜이 쌓인 책들이 참 다정하게 느껴진다. 아내의 말끝에 항상 아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니, 아이의 감정도 나와 같을 것이다. 이렇듯 아내는 말 한마디로 아이에게 도서관을 하나의 안식처로 만들어주었다.

아이의 꿈을 이끈다는 것은 어른들의 착각이다. 그저 아이가 스스로 꿈꿀 수 있도록 묵묵히 곁을 지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는 참으로 대단하다. 도서관에서 아이에게 책을 골라주는 대신 책 냄새를 느끼게 해주고, 그 공간 자체를 사랑하게 만들어주었느니 말이다.

오늘도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을 들어서며 맡게 될 은은한 책 향기가 아이의 꿈을 이끌어주리라는 믿음과 함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