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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밤 Sep 10. 2024

꽃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방법

눈앞의 사물이나 현상은 진짜일 수도 가짜일 수도 있습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은 실은 겉모습만 그럴싸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 진위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온도를 알 수 없는 유리잔 속 음료수도 한 모금 들이켜면 차가운지 따뜻한지 금세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진위를 확인하는 저마다의 직관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하루는 아이와 식당에 들렀습니다. 아기자기한 장식이 적절하게 배치된 분위기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자리를 잡은 테이블 위에는 작은 꽃병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꽃병에는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꽂혀 있었습니다. 우리 둘은 말없이 예쁜 꽃을 바라보았습니다. 서로의 짧은 감상이 끝난 뒤,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채원아, 꽃이 참 예쁘네. 그런데 이 꽃은 진짜 꽃일까?”

나의 물음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때론, 꽃이 시드는 걸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꽃이랑 똑같이 생긴 모형을 만들어서 꽂아두기도 하거든.”

그제야 아이는 아빠인 나의 물음을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그럼, 직접 확인해 보면 되겠네.”

아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꽃이 살아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습니다. 아마도, 꽃을 향해 손을 뻗어 꽃잎의 살아있는 촉감을 느끼려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꽃을 향해 손을 뻗는 대신 얼굴을 바짝 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습니다. 입은 닫고 오로지 코로만 말이죠.

“아빠, 이 꽃 진짜 꽃이야! 향기가 너무 좋아.”

그랬습니다. 아이는 꽃의 생명력을 향기로 확인했습니다. 어쩌면 꽃은 자신의 살아있음을 향기로 느끼고 기뻐해 준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여느 꽃이라면 자신의 아름다움을 색과 모양뿐만 아니라, 고유의 향기로 세상에 전하고 싶었을 테니까요.

눈길을 끄는 아름다움을 때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나이를 먹어가며 편협한 생각에 갇혀 세상의 아름다움을 획일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이 ‘진짜’가 아닙니다. 오히려 겉만 번지르르한 것은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한 ‘가짜’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켜 고유의 향기를 느껴보세요.

화려한 겉모습에 걸맞은 은은하고 깊은 향이 코끝에 전해진다면 그것은 분명 ‘진짜’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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