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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밤 Jul 09. 2024

당신의 주치의는 ‘아내’다

"괜찮아, 괜찮아. 이까짓 거 며칠 쉬면 싹 나아.”

40대인 지금도, 내 몸이 마치 생명력 넘치는 중학생같이 느껴진다. 얼굴에 늘어나는 주름과 해를 거듭할수록 큰 사이즈로 바꿔줘야 하는 옷들은 나잇살을 가늠케 하지만 말이다.

몸 이곳저곳도 슬슬 아파져 온다. 평소 특별히 신체 부위로 인지하지 않던 곳이 아파져 올 때면 현실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곤 한다. 예를 들면 ‘발바닥’.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내딛는데 발바닥이 찌릿하다.

원래 그런 건 아니었던 게 분명한데, 발바닥이 아플 리가 없다는 강한 신념으로 애써 무시했다. 그런데 발을 디딜 때마다 신경을 거스르는 통증 때문에 걸음걸이가 무너졌다.

그런 나를 보며 아내가 물었다.

“어디 아파? 걷는 게 꼭….”
“발바닥이 좀 이상하네. 며칠 쉬면 낫겠지.”

대답이 끝나자마자, 아내는 바짝 다가와 나를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내 발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말했다.

“오늘 회사 가지 말고, 바로 정형외과로 가.”
“에이, 괜찮아. 이까짓 거 며칠 쉬면 싹 나아.”

나는 자주 내뱉는 말로 상황을 얼버무리고, 그대로 집을 나와 회사로 향했다.

통증은 퇴근할 때까지 계속되었고, 집에 도착해서는 아예 ‘한발 깡깡이’로 다녀야 했다. 아내는 표정을 일그러트린 채 나를 향해 냅다 소리쳤다.

“족저근막염!”

순간, 나에게 욕을 하는 줄 알았다. 마음을 추스르고 못 들었다는 눈짓을 하니, 아내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족저근막염이라고. 내일 아침에 당장 병원 가.”

병명이 ‘족저근막염’이란다. 검색을 해보니, 발뒤꿈치와 발바닥 아치 쪽이 아픈 게 딱 ‘족저근막염’이었다. 아내는 엄마에게 꾸지람을 듣는 중학생처럼 소파에 앉아 있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병이 생긴 이유, 병원에서 내려준 처방, 심지어 어떤 종류의 약을 지어줄지 까지도.

아내의 직업은 의사가 아니다. 그런데 의사처럼 말했다. 그것도 아주 무서운 의사 선생님처럼.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내는 박식했다. 아이가 아플 때도, 내가 아플 때도, 그리고 부모님이 아플 때도 아내는 현명하게 대처했다. 가야 할 병원, 주의해야 할 점, 뭘 먹어야 하는지, 냉찜질해야 할지, 온찜질을 해야 할지 등등. 옛날로 치자면 마을에 한두 명쯤 있을 법한 용한 민간 의원쯤 되려나.

이제는 알겠다. 아내는 늘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아내는 TV 채널을 돌리다 건강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어김없이 시청했다.

건강해야 온전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아내의 노력이 지금껏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켜왔음을 이제는 알겠다.

만약 당신이 입버릇처럼 “괜찮아, 괜찮아. 이까짓 거 며칠 쉬면 싹 나아.”라고 말하고 있다면, 고개를 들어 아내를 바라봐라.

아내의 매서운 눈빛 속에는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고, 온전한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당신의 제1의 주치의는 아내다.
당신이 의사가 아니고서야 아내의 의학지식을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아내의 말을 잘 따르면 건강도 행복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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