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직이야?"
외출준비를 마친 내가 아이의 손을 잡고 현관문 앞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나의 물음에 곧이어 아내는 대답한다.
"거의 다 됐어."
그 대답은 대략 10분 이상은 더 걸린다는 의미와 같음을 잘 알고 있다. 때론 '왜 이렇게 준비가 더딘 거지?'라는 의문을 쉽게 해소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까지도 말이다.
빨리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의 손에 이끌려 놀이터에서 10여 분을 놀아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루는 근교로 가족 나들이를 떠났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너른 들에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꽃을 가까이에서 구경하던 딸아이의 "아야!"라는 짧은 외침이 들려왔다. 놀란 마음에 아이를 살피는데, 손가락 끝에 박힌 작은 가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아내가 가방에서 족집게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아이의 손가락에서 가시를 빼낼 수 있었다. 다시 생글생글 웃는 아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족집게가 어디서 나온 거지?'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더니,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매일 준비할 게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아내의 가방을 열어봤더니, 언제든 쓰임을 다하겠다는 듯 온갖 필수품이 아기자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 깨달았다.
나는 결코 준비가 빠른 것이 아니었다. 자기 몸뚱이만 챙겼을 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던 거다. 아내의 꼼꼼함이 우리 가족의 일상을 별일 없이 흘러가도록 지켜주었음을 이제는 안다.
다음번 외출땐 아내에게 "아직이야?"라고 묻는 대신, 아이의 뽀로로 밴드와 여분의 머리끈을 챙기려 한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아내의 손과 아이의 손을 나란히 잡고 집을 나설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