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가 한 날은 지구를 내려다보더니 "어휴, 사람들 하는 짓이란... 마음속 생각하는 것마다 죄악이 가득하네. 이거 내가 괜히 인간이란 걸 만들어서 고생만 늘었지 뭐야." 하며 한탄했다. 그래서 결심하기를, "됐다, 이참에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이랑 벌레, 새까지 싹 다 쓸어버릴 거야!"
근데, 노아가 있었다. 노아는 그 시대의 '모범생'이자 하느님과 동행하는 의인이었고, 셈, 함, 야벳이라는 세 아들도 낳았다.
하느님이 노아에게 말했다. "노아야, 내가 큰 홍수를 일으켜서 모든 생명을 싹 쓸어버릴 거니까 너는 방주를 하나 크게 만들어라. 너, 네 아내, 아들들, 그리고 며느리들까지 싹 다 태워! 아, 그리고 동물들도 암수 한 쌍씩 챙겨서 방주로 들여와라. 먹을 것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오래갈 거니까!" 노아는 "네! 알겠습니다!" 하며 야훼가 시키는 대로 착착 준비했단다.
드디어 홍수가 시작됐는데... 와, 무려 40일 동안 비가 내리고, 물은 150일 동안 땅을 뒤덮었다. 온 세상이 물에 잠기고, 높은 산들도 모두 물 밑으로 사라졌다. 새, 가축, 들짐승, 벌레, 그리고 사람들까지 전부 물에 휩쓸려갔다. 살아남은 건 오직 방주 안에 있던 노아 가족과 동물 친구들뿐!
홍수가 끝나고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 제단을 쌓고 번제를 드리자, 야훼가 그 향기를 맡고는 "음~ 좋다! 이제 다시는 내가 이렇게 다 쓸어버리진 않을게!"라고 했단다. 이제 홍수 걱정은 끝.
하! 그런데 하느님과 야훼, 둘이 서로 다른 신이란다. <창세기> 1장에 등장하는 하느님, 즉 엘로힘은 굉장히 여유롭게 우주랑 만물 다 만들어놓고 “아, 마지막으로 사람도 하나 만들어볼까?” 하고 사람을 뚝딱 만들었다. 근데 야훼는 좀 다르다. <창세기> 2장에 등장하는 이분은 "어? 나무도 없고 풀도 없는데… 사람부터 만들어야겠다!" 하고 그냥 흙으로 사람부터 빚는다. 휴머니스트인감?
엘로힘은 굉장히 스마트하게 “사람아 있어라!” 하고 말로 끝내지만, 야훼는 직접 흙을 만지작거리면서 꼼꼼하게 사람을 만든다. 야훼는 장인 중의 장인.
하지만 기독교인 대부분은 구약 성경 속 신을 모두 야훼로만 기억한다. 왜냐면 모세 이후로 등장하는 신이 거의 야훼니까. 굳이 엘로힘을 언급한 이유가 뭐냐면, 이스라엘 족장들이 예전에 야훼만 섬긴 게 아니라 다른 신들도 섬겼다는 걸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마치 "우리도 예전에는 좀 다양하게 믿었어요~" 하는 역사적인 TMI랄까?
야훼, 참 바쁜 분이다. 아담을 에덴에서 내쫓고, 카인이 동생 아벨을 때려죽였더니 "야, 너 벌 좀 받아야겠다" 하더니만, 카인이 혹시라도 당할까 봐 "카인 죽이면 벌 7배야!"라고 방어막도 쳐 주고. 근데, 나중에 세상과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거의 모든 생물을 다 죽여버린다. 이쯤 되면 마음이 너무 왔다 갔다 하는 것 아닌가?
그랬던 야훼가 또 뭐라 하냐면, "앞으로는 생물 다 죽이지 않겠다!" 하고 언약까지 하더니, 먼훗날이지만 말을 바꾼다. 스바냐한테 딱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제 모든 걸 다 쓸어버리겠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새고, 물고기고 다 없애 버릴 거야. 악당들도 싹 청소할 거다. 나 야훼가 한다잖아!" 이쯤 되면 ‘기억력이 좋아야 믿기 가능한 신’ 타이틀이 필요할지도.
노아한테 축복을 주면서 "생육하고 번성하라. 동물도 먹어도 돼, 근데 피째로 먹으면 안 돼! 생명은 소중하니까 말이지!"라고 하는데… 순간, 이 전에 사람들이 고기 안 먹었나 싶다. 홍수 끝나고 나서 노아네 애들한테 "그래, 이제 너희가 다 퍼져서 사람들 만들자!" 하는데, 그전에 채식주의자였던가? 하여간, 홍수 나고 나서 노아네 가족이 세상을 다시 채웠다고 한다.
역사가들은 이 홍수가 기원전 2500~3000년 사이에 일어났다고 추정한다. 같은 시기 중국은 삼황오제 시절이었고, 우리나라는 아마 환웅이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 같다. 노아는 이 홍수를 600세에 겪고, 950세에 돌아가셨단다.
홍수로 세상 사람들은 다 죽고, 노아 가족만 살아남았다. 왜 죽었느냐? 악해서란다! 그런데 요즘 인류는 20세기에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저지르고도 여전히 크고 작은 전쟁과 테러를 하며 살고 있다. 근데도 인구가 70억 명! 노아 때보다 우리가 덜 악한가? 기독교지도자들은 "야훼의 은총 덕이지~"라고 할지도.
이 홍수 사건, 사실 엘로힘과 야훼가 합작해서 벌인 것. 구약 최초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로 주제는 ‘인종 청소’. 악한 자, 즉 수준 미달은 살아남을 가치가 없다! 노아처럼 ‘의인’이어야 야훼에게 인정받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근데, 누가 의인이고 누가 악인일까? 하느님 편에 서면 의인이고, 안 서면 악인! 살인하든, 도둑질하든, 간통하든 하느님 편에 서면 의인되는 마법! 그나저나, 술주정뱅이였던 노아도 하느님이랑 같이 다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