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글 Jul 20. 2024

헤어진 지 6일 차

오늘 보니깐 그녀는 인스타를 차단한 것 외에도 블로그 서로 이웃도 삭제했더라고…

솔직히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잘 이해되진 않았다.

‘내가 그렇게 싫은가?’ ‘아니면… 보면 흔들릴 것 같아서 그런 건가?’

본인이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해서 다신 내 소식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건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등의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같이 이용하던 블로그 계정이 있었는데, 그것도 서로이웃이 끊어졌는지 확인하려고 들어갔다가 그녀가 글을 하나 올린 걸 봤다.

어떤 글일까… 했는데, 역시나 헤어진 것에 대한 생각을 담아낸 글이었다.


용기 내서 읽어 보았다. 솔직히 중간쯤 읽다가 그냥 꺼버렸다. 그냥 읽기가 좀 짜증 났다.

그래도 마음을 좀 추스르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았고,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2번, 3번 읽다 보니, 처음 읽었을 땐 안 보이던 것도 보이기 시작했고 내 생각과 감정도 그에 따라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첫 만남부터 자신의 강박증을 털어놓는 나와 아픔을 나누며 연애하기로 본인은 마음을 먹었지만, 생각보다 사귀면서 제약이 너무 컸고, 그 누구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게 힘들었다고 한다.

결정적인 헤어짐의 이유는 4월 정도 한 차례 솔직한 마음을 쏟아낸 이후에도 그다지 바뀌는 게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매 순간 “우리”를 생각했지만, 그럼 그 평온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본인만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래는 다시 재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도 했지만, 이제는 용기가 나서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본인의 연애가 실패한 연애라고 보이기 싫어서 거부했지만, ‘왜 그런 사람을 만나냐?’ ‘사람 보는 눈을 길러라’라고 말하는 언니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하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어이가 없고, 또 화가 차오르지만 다 표현하진 않겠다. 열심히 자기 방어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바닥을 보여주고 싶진 않다.

내가 생각했을 때 그녀는 분명 좋은 사람이다. 내가 사귀었던 사람이기에 좋은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연애했을 때 분명 안 좋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생각해도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무례함은 실수? 아니면 '헤어지는 마당에 뭐 얼마나 예의가 필요하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알겠다. 그녀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고...


나와 연애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겠지. 근데 그게 과연 내 강박 때문이었을까? 다른 문제가 있는 남자친구를 만났어도 너는 그랬을 거야.

왜냐하면, 네가 선택한 그 선택이…그 희생이 잘못되었다고 누군가에게 들으면 스스로가 공격당한다는 생각에 힘들었을 테니깐. 넌 결국 너와 나, 둘 다 지키고 싶었겠지만, 넌 그 누구도 지키지 못했어.


처음부터 이 연애는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물론 나도 우리의 연애 그리고 이별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 난 네가 나를 담아줄 수 있는 그릇이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나보다 훨씬 큰 그릇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담아주길 바랐다. 근데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나조차도 나를 못 담으면서, 남이 나를 담아주길 바랐고, 너 역시 너조차도 담지 못하면서 그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날 담으려고 했다.

결국 그 누구도 그리고 아무것도 담지 못했고, 그 물이 터져 넘치는 순간 우리는 헤어졌다.

이 글을 내가 쓰지 않는다면 이런 생각을 넌 모르겠지… 드디어 찾았어. 왜 내가 그동안 그렇게 충격받지 않고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는지…

나는 언젠가부터 그 물이 터질 거라고 생각했나 봐.


난 너와 연애하는 5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미숙했지만 너에게 사랑을 주고 네가 사랑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노력했다.

그러나 넌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넌 "너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았으니깐…

내가 꼬아서 생각하는 거일 수도 있어.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내가 위에 쓴 저 말들이 어느 순간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사람 마음이 원래 그러니깐.


근데 하나 확실한 건… 넌 그 순간에서조차 너를 지켜야 하는구나.

그래…하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너질 거 같아서 안 되겠지.

근데 헤어지는 순간에도, 그리고 헤어진 다음인 지금 이 순간에도… 넌 너를 지키려 하고 그 지킴은 역으로 나를 엄청나게 밖으로 밀어버린다는 일이라는 걸 언젠가는 꼭 알았으면 좋겠다.


p.s) 오늘은 좀 에필로그?처럼 코멘트를 달아야겠어.. 저 당시에 아주 흥분하고, 감정이 격해져서 저렇게 문장을 막 일기에 거침없이 썼나 봐.. 지금 다시 글을 쓰면서도 ‘어우 얘는 왜 이런 말을 했대? 너무 쪽팔리다…’ 이런 것들이 참 많네.

근데 그걸 다 편집하고 정제해서 작품을 내고 싶진 않았어. 그 순간에 가졌던 그 마음조차도 나에겐 너무 소중하고, 이별이 정말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온전히 독자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으니깐.

오늘 썼던 내용과 비교해서 지금 작품을 쓰는 동안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뒤에서 더 나올 테니깐 혹시 기대가 되는 독자분이 있다면 쭉 지켜봐 주세요~

이전 06화 헤어진 지 5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