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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상은 몇 평입니까?

캡슐 안에 갇힌 우리

by 푸른 소금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선택적 청취.

아침에 눈 뜨면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가 도착한다.

스마트 폰을 켜자마자 일어나는 현상이다.

페이스북은 내 성향과 맞는 뉴스를 보여주고, 유튜브는 내가 즐겨 보는 영상을 추천해 준다. 인스타 그램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게시물로 가득하다.

친절하게도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알고리즘이 알아서 제공해 준다.

그러다 보니,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의문이 아니라 ‘저 사람들은 틀렸다’는 부정적 확신으로 굳어진다. 마치 눈가리개를 한 말이 앞만 보고 뛰어가는 형국이다.


에코 체임버 (메아리방)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서는 부정하며,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 진실된 거처럼 느껴지는 정보환경을 말한다.

영화‘러브 스토리’와‘대부’등을 제작했던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영화제작자 ‘로버트 에반스’는

“모든 이야기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당신 편, 내편, 진실 편’하지만
에코 체임버 안에서 우리는 ‘당신 편, 진실 편’은 잃어버리고
오직‘내편’만 남게 된다.라는

말을 통해 에코 체임버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알고리즘이 만든 보이지 않는 감옥

알고리즘은 친절하게도, 우리가 자주 클릭하여 보고, 듣는 내용의 체류시간 등을 분석하여 좋아할 만한 콘텐츠만 보여 준다. 뉴스, 각종 정보, 정치적인 견해 등 이제는 알고리즘의 지배 아래 놓였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불필요한 검색 없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제공해 주니 얼마나 편리한가.

하지만, ‘필터 버블’이라는 함정 또한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취하는 모든 행동이 치밀하게 수집되고 있으며, 우리의 관심에 목말라하는 앱과 사이트들은 우리의 검색기록, 클릭습관, 관심사를 분석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자신들을 선택하게 만들지 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평소에 소비하는 것과 비슷한 콘텐츠 들만 노출되는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한다. 콘텐츠들을 필터링하면서 우리는 게임화 된 거품 안에 갇히게 되고, 거품(Bubble) 속에서 다양한 시각의

정보로부터 차단된다.

정치나 이슈뿐만이 아니다. 육아, 다이어트, 투자... 심지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정보도 에코 체임버에 갇힌다.

건강 커뮤니티에서는 “식전 운동이 좋다.”는 의견만 보이고,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식전 운동은 오히려 몸을 산성화 시킨다.”라는 의견만 보인다. 어느 쪽 말이 옳은지 헤갈린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양쪽 다 나름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말과 내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이다.


뇌 과학적으로 보는 에코 체임버의 위험성

1. 확증편향의 강화

인간의 뇌는 본래 확증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기존 믿음을 확인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에코 체임버는 이 확증편향을 극대화시킨다.

뇌에서는 “내가 옳았다”는 확신을 주면 도파민을 분비시켜 쾌감을 준다.

도파민 분비로 동기부여가 되는 힘은 만들지만, 반대로 내 생각과 다른 정보에 대해서는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알고리즘은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에게 도파민을 주는 정보를 계속 제공한다. 일종의 중독과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2. 편도체의 과잉 반응

타인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접할 때, 우리 뇌의 편도체(공포와 위협을 감지하는 부위)가

경고신호를 보내면서 활성화된다. 그래서 에코 체임버에 오래 머물수록, 다른 의견은 단순히 ‘다름’이 아니라 ‘위협’으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저 사람들은 틀렸어”를 넘어 “저 사람들은 위험해”로 발전한다. 그러나 보니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 해지고, 적대감만 남게된다.


3. 공감능력의 퇴화

가장 심각한 것은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능력이 점점 퇴화한다는 것이다. 나와 다름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하지 못하다 보니,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내가 직접 어떤 행동을 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도 같이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거울뉴런이란 한다. 이 시스템은 다름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간접체험하며 발달한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다 보면,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회전체의의 공감능력이 저하된다.


4. 사회적 파장

‣극단화와 양극화 에코 체임버는 사회를 극단적으로 양극화시킨다. 중도적 입장은 사라지고, 모든 이슈가 흑백논리로 변한다. ‘너 아니 나’, ‘네 편 내 편’.

‣대화의 단절 같은 언어를 쓰지만, 서로 다른 진실을 믿는 사람들은 대화가 불가능하다. 가족 간의 대화도,

친구 간의 우정도, 정치적·사회적 입장 차이로 께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캡슐을 깨는 법

1. 알고리즘을 의심하라.

내가 본 것이 다 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라

2. 의도적으로 다른 관점 찾기

일주일에 한 번은 내 생각과 정반대의 의견의 글을 읽어보라. 사실 많이 불편하고 짜증이 날 것이다. 하지만, 캡슐을 깨는 과정이다.

3. 검색어를 다양화하라.

평소 검색하지 않는 키워드르 검색해 보자, 알고리즘은 우리의 검색 패턴을 학습한다. 패턴을 깨면 알고리즘도 당황한다.

4. 오프라인 대화의 힘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면, 온라인에서 처럼 적대시할 수 없다. 인간적인 연결이 편견을 녹인다.

5. 팩트체크 습관화

하나의 정보를 볼 때마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일수록 더욱 의심하자.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질 확률이

높다.

6. 자기 검열 연습

SNS에 글을 올리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글이 에코 체임버를 강화하는 건 아닐까?’, ‘다른 입장의 사람이 보면 어떻게 느낄까?’


우리에게 남은 과제

에코 체임버는 우리를 편한 게 만든다.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그리고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연대의식’하지만, 그 대가는 크다. 사회의 분열, 대화의 단절, 공감능력의 상실...

캡슐을 깨는 것은 불편하다.
그리고 나와 다른 이들이 말에 귀를 기울리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성장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 다음의 공감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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