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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Nov 30. 2022

김치를 사 먹는다는 일 / 김장의 추억

삶의 단상 

김장 철이 다가왔다. 해마다 돌아오는 김장철에 제대로 김치를 담아 본 적이 없다. 우리 집이 큰 집인 관계로 김장은 항상 넉넉하게 했었다. 그러다 식당을 하면서 더 많은 김장을 하게 되었고 겨울철이면 300~400포기 정도 김장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때도 나는 열외였다. 세 남동생과 두 명의 올케 어머니와 큰 언니와 작은언니 조카들까지 모두 동원되었지만 늘 바쁘다는 이유로 나는 그 힘든 일에서 빠질 수 있었다.

육체적인 노동에 유달리 약한 내가 감당하기에 그 일이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김장철이 돌아왔다.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지만 막내 올케가 해마다 친정에서 해오는 김장 김치 중 한 통씩을 주어 충분히 감당이 되었고, 작은 언니가 서울로 이사를 한 뒤에는 작은 언니가 항상 김치를 담당해 주었다. 물론 이때는 나도 참석을 해야 했다.

김치 버무리는 일을 조금 거들었을 뿐인데도 며칠간 끙끙 앓고 누워있어야 하만 했다. 그런 내가 작년에 직접 나 스스로 김치를 담그겠다고 선언을 했다. 언니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그동안 어깨너머로 배운 기억을 더듬어 절임배추 20kg을 구입해 김장을 했다. 물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이렇게 나 스스로 김치를 담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버지를 닮은 나는 젓갈 넣은 김치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젓갈을 넣지 않고 김치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언니네 집에서 담그는 김치도 이런 나를 감안해서 젓갈을 조금 넣는다고 했지만,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담은 김치는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무엇보다 젓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 김치를 먹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올해도 김장철이 되었다. 작은언니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내가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배추를 세 포기 주문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치냉장고가 고장이 나 작동이 되지 않는다. AS를 요청했지만 며칠이 걸린단다. 김치냉장고가 작동이 되지 않으니 김치를 담글 수 없었다.


배추를 베란다에 두고, 김치냉장고에 있던 김치통도 모두 베란다에 내놓았다.

김치냉장고가 없었던 때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 지내다 보니 굳이 김장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데 생각이 귀결된다.


옛날에는 한 겨울에 배추를 구할 수 없으니, 가을에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한꺼번에 해 놓지 않으면 김치를 담글 수 없으니 그렇게 했겠지만, 지금은 한 겨울에도 싱싱한 배추를 언제라도 구입할 수 있지 않은가. 거기에다 예전에 비해 밥을 별로 먹지 않으니 김치 소비도 자연히 줄어들었다. 우리 집만 해도 김치냉장고에 재작년 김치도 아직 남아있다.


김치 1/4쪽만 썰어두어도 일주일도 넘게 먹는다. 동생과 나는 신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생김치를 좋아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해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는 일이 경제적인 면으로도 합리적인 일이 아니라는 데 생각이 모아진다.


배추 한 포기만 김치를 담가도 한 달 가까이 먹는데 굳이 김장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김치를 사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나 물리적 시간 면에서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김치가 없는 밥상은 생각할 수 없었으니 김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김치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니 말문이 막힌다. 김치가 무엇인지 김치를 담근 이유와 김치의 어원 영양 김치의 종류를 알아보자.

김치


김치는 무·배추·오이 등의 여러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발효식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장은 왜 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일 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채소가 나는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채소를 키울 수 없다. 그러므로 겨울 동안 필요한 채소를 어떤 식으로든지 저장해두어야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식탁에 없어서 안 되는 김치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배추와 무를 소금에 절이고, 장·초·향신료 등과 섞어서 저장한 방법이 바로 우리 고유의 식품인 김치이다.

김치의 어원


우리나라에서는 김치를 ‘지(漬)’라고 하였다.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는 김치 담그기를 ‘염지(鹽漬)’라 하였는데, 이것은 ‘지’가 물에 담근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고향에서도 지라고 불렀다. 묵은지 익은 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1950년 이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지 않아 각 지방의 고유한 김치가 비교적 잘 보존되었지만 전쟁 후 교통수단이 발달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물자의 유통이 빨라지고, TV 등 매스컴의 영향으로 각 지역의 독특한 김치는 지역성을 잃은 대신 일반화된 조리법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김치 종류 및 특성


우리나라의 김치는 지방에 따라, 그리고 각 가정에 따라 실로 다양하다. 북쪽 추운 지방에서는 고춧가루를 적게 쓰는 백김치·보쌈김치·동치미 등이 유명하며, 호남 지방은 매운 김치, 영남 지방은 짠 김치가 특색이다.


이상으로 간단하게 김치의 어원과 각 지역의 김치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김치를 사 먹기로 결정한 뒤 인터넷과 여러 검색 매체를 통해 검색을 하고 후기도 읽어봤다. 참으로 많은 상표의 김치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연예인들도 김치를 만들어 팔고 있고, 유명한 요리 전문가들의 상품도 있다.


그중에 모 탤런트가 만든 김치를 골랐다. 주문 양은 3kg, 그러나 3kg이 얼마만 한 양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나는 3kg이 꽤 많은 줄 알았지만 배달되어 온 것을 보니 정확하게 배추 한 포기다.


배추 한 포기를 반으로 잘라 두 쪽의 김치가 포장되어왔다.


새로 주문한 김치냉장고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며칠 사이 김치가 익었다.

동생과 나는 생김치를 좋아하는데, 혹시 젓갈 냄새가 날까 봐 걱정을 하면서 김치를 썰기 전 속잎을 하나 떼어먹어본다.


오!

그런데 젓갈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김치가 알맞게 익어 아주 맛이 있다.


3kg 절반인 반포기를 썰었더니 이렇게 김치통 두 개와 한 접시가 나왔다.


동생도 먹어보고 맛있다고 한다.


"맛이 없으면 사람들이 사 먹겠어?" 동생의 그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김치 앞으로 필요할 때 조금씩 사 먹으면 되겠다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때마침 지난 주말 작은언니가 김장을 하여 몇 포기 가져왔다. 당연히 담근 김치와 비교해 본다. 두근두근 ~

그러나 나는 언니네 김치를 먹을 수 없다. 젓갈 냄새 때문이다.


내 주위에 김장을 하지 않고 구매해서 먹겠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 그만큼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했다는 말이다. 부모 님이 살아계실 때는 어쩔 수 없이 모여 김장을 함께 했지만, 김장을 하고 난 후 후유증은 오래간다. 오죽하면 '김장 증후군'이라는 신조어도 생겼겠는가.

마곡사 김장 모습

큰 동생네도 해마다 처갓집에서 김장을 해서 보내주었지만, 장인 장모님이 고령이 되어 올해부터 부쳐주지 않는단다.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사 먹겠단다. 맞벌이 부부라 시간도 여의치 않은 데다 집에서 밥 먹는 경우도 별로 많지 않아 김치를 별로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사 먹는 것이 경제적이고 직접 담가먹는 김치와 같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안내서를 살펴보니 구입한 김치는 배추부터 무, 고춧가루, 배, 사과, 양파, 대파, 등은 물론 소금까지 모두 국내산 재료라고 한다.

김치 유통기한


시중에서 판매하는 김치 완제품의 유통기한은 대략 한 달 정도다. 그러나 이 유통기한은 '김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이라 기한이 지났다고 버리면 안 된다. 실제로 김치는 60~120일 정도로 오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김치 보관 방법


김치를 맛있게 보관하는 비결은 '냉장고'가 아니라 '김치통'이라고 한다. 밀폐용기에 김치를 70~80% 정도만 옮겨 담아야 하는데, 가득 담으면 김치가 익으면서 발효 가스가 생겨 뚜껑이 들리면서 공기가 유입되거나 김치 국물이 흘러넘친다. 만약 김치의 양이 적어 절반밖에 차지 않을 때는 김치를 넣을 때 엎어서 넣어야 천천히 맛있게 익는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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