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
옛말에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있다. 쓸모없을 것 같아 버려둔 나무는 아무도 욕심을 내지 않고 베어가거나 캐어 가지 않으니 그대로 방치되어 성목으로 자라 선산을 지킨다는 뜻이다.
꽃을 키우면서도 위와 비슷한 경우를 느끼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도 바로 그중 하나다.
중국 물망초라고 불리는 시노그로섬 아마빌레이다.
한해살이 꽃으로 알고 있는 이 식물을 씨앗으로 발아시켜 나는 지난 6월에 예쁜 꽃도 보았고, 발아한 어린 모종을 이웃들과 많이도 나누었지만 그래도 많이 남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모종 상태 그대로를 아파트 복도에 방치해 두었었다. 몹시 빽빽한 모종은 콩나물처럼 가늘고 힘도 없었지만 심을 공간이 없어 잃어버릴만하면 물만 주면서 그렇게 여름과 가을을 지나고 겨울이 되었다.
화단의 꽃들이 모두 지고,
노지에서 추위를 감당할 수 없는 꽃들은 서둘러 안으로 들였지만 복도에 방치된 채 있던 이 물망초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랬더니 세상에~
"나 이제 피었어요.
당신이 봐주지 않았어도 이렇게 피었다구요"
그 여린 가지 끝에 내가 좋아하는 푸른 꽃을 수없이 매달고 애처롭게 고개를 세우고 있다.
아!
나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중국 물망초에게 너무나 미안해진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너를 그렇게 방치했는데, 너는 그런 내가 밉지도 않았니?
어쩜 이렇게도 예쁘게 꽃을 피운 거니....
그 흔한 퇴비도 단 한 번도 준 적이 없는데...
나는 서둘러 중국 물망초 화분을 손질해 베란다 양지바른 곳에 들여놓았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중국 물망초와 눈을 맞추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동안 못다 한 사랑을 다 줄 듯이.
언제까지 이 꽃이 계속 피어있을지는 모르지만, 꽃이 모두 지고 없더라도 내년 봄이 올 때까지 나는 이 중국 물망초를 곁에 두고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집엔 일 년 내내 내게 푸대접받았던 꽃들이 보란 듯이 그 자태를 뽐내며 즐거움과 향기를 주고 있다. 이 국화도 그중 하나다.
이 꽈리 역시 천덕꾸러기였는데, 이렇게 촛대와 사이좋은 이웃이 되어 행복을 주고 있다.
꽃을 키우면서 나는 오늘도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