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나리아 생존기
플라나리아와의 첫 만남은 충격이었다.
초등 아니 국민학교 때였다.
교과서의 플라나리아는
편형동물문의 초재생능력을 가진 무척추동물.
겉모습은 거머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몸을 이등분하면 플라나리아가
두 마리가 된다고 했다.
현미경으로 플라나리아를 관찰하고 메스로 자른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플라나리아의 변화를 보는 게 교과 과정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아이들이 하기엔 잔혹한 실험이었다.
어쨌든 머리와 꼬리로 분리된 플라나리아엔
얼마 후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꼬리가 잘린 부분에선 꼬리가,
꼬리가 남겨진 부분에선 머리가 자라나
완전한 두 마리의 플라나리아로 재생되고 있었다.
일명 “만능줄기세포”를 통해 무한재생하는
플라나리아는 재생력 “갑”인 동물이다.
재생의학계는 플라나리아를 신체 복구 연구에 큰 역할을 할 동물로 보고 있고,
2015년 스페이스 X를 타고 우주로도 날아가 실험을 한 플라나리아는
일본의 각종 소설과 만화에서 놀라운 재생능력을 가진 캐릭터로
주로 등장할 정도로 재밌는 녀석이다.
심지어 128조각으로 잘라도 재생되었다는 실험까지 존재한다.
몸이 아니라 머리를 잘라도 기억력을 잃지 않고
기억을 보존한 상태로 머리가 재생되기까지 한다는
“플라나리아”는 정말 유일무이한 존재다.
“플라나리아”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봤다.
화살촉 모양 머리에 눈이 한 쌍 있고, 아랫면 가운데에 입(인두)이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표정이 마치 귀여운 “웃상”같았다.
‘맙소사, 이등분 돼도 전혀 타격감 없는 저 “웃상”은 뭐지?’
현미경으로 “플라나리아”의 표정을 본 그날부터
“스마일 플라나리아”의 잔상이 떠나지 않았다.
웃기고 대단한 놈, 플라나리아도 저렇게 매력적으로 살아남는데
호모 사피엔스인 내가 견디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내 맘 속 원픽 위인?은 고로 “플라나리아”가 되었다. ㅎㅎ
재생이 쉽지 않을 때마다 날 일으켜 세우던 “EXIT”주문.
2024년, 앞으로 닥칠 거센 인생의 폭풍 속에서
흔들리고 있을 누군가들과 함께 외치고 싶은 주문들.
이 이야기는 “스마일 플라나리아”가 되기 위한
생활밀착형 생존 주문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