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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야 Feb 05. 2024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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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특히 난 “랜터 윌슨 스미스”의 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의 첫 번째 단락을 제일 좋아한다.      


“큰 강물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 조각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When some great sorrow, like a mighty river,

Flows through your life with peace-destroying power

And dearest things are swept from sight forever

Say to your heart every trying hour.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시는 전체가 크게 4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의 전체 구성은 “솔로몬 반지”에 얽힌 일화의 흐름과 맥락이 비슷하다.

실제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기원은 명확지 않다. 

페르시아의 수피 시인에게서 유래했다는 설, 

성경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솔로몬 왕에게서 기원했다는 설, 

유대인 성경 주석인 “미드라시”의 다윗 이야기를 기원으로 보는 설 등이 있다.     


“미드리쉬”에 따르면 큰 전쟁에서 승리한 다윗이 승리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고자 반지를 제작하려 했다. 

다윗은 보석세공인을 불러 승리의 기쁨에 자만하지 않으면서 실의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긴 반지를 만들어 오라고 시켰다.      

고민에 빠진 보석세공인은 여러 날을 고민하다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고

솔로몬 왕자는 보석 세공인에게 이 문구를 이야기해 줬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좋은 일이 생겨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에도 자만하지 말며, 

슬픔에 빠져 괴로운 순간에도 이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갈 테니 이겨내라는 두 가지의 지혜가 담긴 문구.

솔로몬의 지혜를 보면서 난 힘든 순간마다, 기쁨의 순간마다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이 주문을 외쳤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역시 4 단락의 시에서 그 무엇보다 솔로몬의 지혜의 문구를 잘 녹여냈다. 

첫 단락과 두 번째 단락은 “슬픔과 상실”, 

세 번째와 네 번째 단락은 “기쁨과 환희”의 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 단락에서 랜터 윌슨 스미스는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로 삶의 위기를 표현하고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갈 때면”이라는 “상실”된 슬픔의 순간에 대해

마법 같은 주문 “This too shall pass away.”를 외친다. 

이 주문을 외치고 나면 두 번째 단락의 표현처럼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게 된다”고 말한다.     


한편 이 주문은 세 번째 단락 “하루하루가 기쁨과 환희로 찬” 날이 계속될 경우와

네 번째 단락 “명예와 영광”이 찾아오는 순간에도 

이 모든 것이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할 뿐이기에

자만에 빠지지 않게 되새겨야 한다고 한다. 

이토록 현명한 한 마디가 있을까.

솔로몬 왕의 지혜에 감탄할 뿐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강의를 통해 알게 된 학생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만학도여서 강의를 했던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았던, 인생 풍파를 많이 겪으셨던 학우였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내가 정말 반가우셨다며 본인은 얼마 전 많이 다쳐 병원 입원 중이고 

현재 오른손을 쓸 수 없어 왼손으로 타자를 치며 학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했다. 

이메일엔 사는 게 힘들어 결혼하지 않고 아주 작은 방 한 칸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학업을 이어 나가고 있단 본인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모습이 필름처럼 내 눈앞에 재현되는 듯했다.  

   

때는 추석이었다.

가족 하나 없이 쓸쓸한 연휴를 보낼 그분의 외로움이 내게 전달되는 듯했다. 

그분께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 또한 아이의 수술로 인해 장기간 병원 생활 중이었다. 

이메일에 묘사된 병원 창문에서 보는 세상의 모습을 나도 함께 보며 

매일 버텨야 사는 하루를 살고 있었던 때다.      


어떠한 답장을 해야 그분께 작은 위로라도 되어 드릴 수 있을까.

어느 늦은 밤 불 꺼진 병원에서 난 그분께 서툰 위로의 말을 전하며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한 글자 한 글자 타이핑해 보내드렸다.

내 이메일을 받고 눈물이 울컥 났다는 학우님 말에 나 역시 위로가 되었다.

 “This too shall pass away “는 비단 그 분만을 위한 위로는 아니었다. 

지친 나를 버티게 하는, 모두를 위한 위로의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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