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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Jul 26. 2024

나 다시 돌아 갈래!

벌레와 친해질 용기

차를 멈춘 곳은 시골이다

우리는 시골에 살기로 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이 아름다운 뷰를 누가 마다 할까 싶은데

아들들은 그리 반기지 않는다

휴대폰을 타고 아들의 밝은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대학을 서울에서 다닌 터라,,

남편은 본인의 로망을 실현하고자

나를 설득,,그리하여 우리는

일찍 시골에 정착하고 말았다


먼 길 오가는 두 아들의 잔소리 구시렁거리는 말투도 이젠 견딜만하다

오히려 우리가 못내 마음에 걸린 듯

어른인양늘 조바심을 태우는 아들들,,


벌레는,,

날씨는,,

주변 이웃은,,


이럴 거면 네가 어른이지

궁금한 건 왜 이리 많은지,,


나는 아들의 물음에도 싱긋 웃으며 이곳 풍경 속에서 멈춰버린 지 오래

가족은 사랑이 쌓이고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감사가 된다

내 거라서 그럴 테지

많은이들의 걱정 염려를 안고

우린 생각보다 잘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며칠이 지나고

아침부터

위로 만졌다가 아래로 당겼다가 발로 밀었다가

지렁이



아. 으악, 악악악
엉엉엉

굴이 사색이 되어 뛰다가 넘어져

다 큰 어른이 엉엉 울고 말았다

어른인 척 큰소리쳐놓고.. 벌레는 힘들다

시골 벌레는 만만치 않다

집에서 이 야단법석을 떨고 있으니

옆집 서너 살 위인 언니가

오더니 텁썩 잡아서 풀밭으로 휙 던져버린다 

멋있기까지 하다

민망했다


며칠을 벌레로 사투를 벌이며 소리 지른 탓에

주변분들께 본의 아니게 내 모습을 들켰다

민폐를 끼친 걸까?

아,, 몰라


참 작은 내 모습에 옆집 언니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시골에 오면 벌레도 개구리도 고라니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내 깨를 툭툭 만지며 미소를 띤다

조심성 없는 내 모습에 웃기기도 하고

못 견디게 눈물이 또르르,,


나 다시 돌아 갈래!

나 다시 돌아 갈래!


누군가 내 등 뒤에서 말해 주는 것 같다

이제 시작이야,,

힘내!

얼마나 지나면 익숙해질까

이 눈물 나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내가 마지막 퍼즐이 되어

그림이 되면 좋겠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살아가려면 그깟 벌레, 개구리쯤은

감수하고 뛰어넘어야지

세상의 모든 이치는 마치 동전과 같아서 좋은 점 나쁜 점이 늘 존재한다


도시의 감성을 던지고 시골로 오며 그 만한 각오는 했었어야 했는데,,

그때의 해프닝 이후

지금은 어떠냐고?


물론 지금도 벌레는 무섭지만 소리 지르지는 않아,,

낯설지 않고 낯익어 그저 지켜볼 뿐,,

벌레와 친해질 용기




그렇게 우리는 시골에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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