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한 일상을 바랄 뿐
오늘도 주방은 힘찬 수증기를 뿜는 기차처럼
하루의 아침을 열고 달려간다.
정신없이 흘러간 오전,
일상은 늘 그렇듯 조용히, 그러나 분주하게 흐른다.
그런데 어제의 일만 생각해도 아직도 어찔하다.
주방에서 동선은 곧 생명선이다.
좁은 공간 안에서 계획된 흐름을 벗어나면
순식간에 사고로 이어진다.
이곳은 언제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장이다.
한순간의 방심이, 긴 아픔을 남긴다.
별부장은 매장 배송을 마치고 주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이모가 찬물 호스를 머리에 대고
연신 머리를 감고 있었다.
“이모, 왜 그래요?”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별부장은
옆에 있던 정화에게 물었다.
정화는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주방에서 가장 위험하고 숙련된 손길이 필요한 일,
바로 펄펄 끓는 육수를 다른 솥에 옮겨 섞는 작업이다.
온도를 맞추고 비율을 조절해야 하기에
뜨거운 육수를 커다란 볼에 담아 옮기는 과정은
언제나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그날도 평소처럼 작업을 진행하던 중,
바닥에 깔려 있던 물호스를 치우지 못한 채 일을 계속했다.
몇 번은 괜찮았지만,
그 호스가 동선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사랑이모가 그 위를 무심코 밟는 순간,
발을 헛디디며 중심을 잃었다.
순간, 커다란 볼이 뒤집히며
펄펄 끓던 육수가 얼굴과 팔로 쏟아졌다.
“악!”
뒤따라오던 이모까지 뜨거운 육수를 함께 뒤집어썼다.
평화롭던 주방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모두의 비명이 뒤섞였다.
즉시 응급조치를 하고
사랑이모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뒤따라오던 이모는 다행히 가벼운 화상으로 약 치료만 받았다.
사고는 찰나였지만,
그 아픔은 오래 남았다.
주방은 큰 충격에 휩싸였지만
손님이 있는 이상 멈출 수 없었다.
뜨거운 솥과 수증기 사이에서
모두 묵묵히 다시 손을 움직였다.
복자 팀장은 한참 말이 없더니
“이런 일, 다시는 있어선 안 돼…
우리, 조심해야 해.”
하며 낮게 한마디 내뱉었다.
병원으로 향하던 사랑이모는
“미안해요, 미안해요…”
넘어지면 다치 팔꿈치를 감싼 채 연신 사과만 했다.
그날 밤,
이모는 화상 부위가 너무 아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다.
통증은 살을 파고들었고,
별부장은 그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얼마나 아플까… 제발, 빨리 낫기를.’
이곳 주방의 이모님들은
그렇게 숱한 고통과 어려움을 견디며
하루라는 조각을 묵묵히 채워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