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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체육샘 Feb 01. 2023

아내와 운동하기-시작

체력 차이보다 큰 온도 차이

아내와 운동을 했다. 아니, 시작했다.

나는 시작했는데 그녀의 마음까지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첫 운동이자 마지막 운동일 수도 있다.

육아하는 부부는 핑계가 많은 법이니까.


사실은 가끔, 이따금씩 운동을 함께 해본 적이 있어 완전한 의미에서의 1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의 1일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점에서의 1일이다.


아내는 건강이 좋지 않다.

아이 둘의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몸이 많이 망가졌다.

얼마전 부정맥으로 오랫동안 검사도 받았다. 그 밖에 관절, 치아, 눈 등 성한 곳이 별로 없다.

휴직도 꽤 오래했다. 직장을 나가지 않으니 기본적인 외부 활동량이 줄었고 그 만큼 몸을 움직일 기회가 없었다. 육아를 하면서 몸을 많이 쓰기는 하지만 육아는 운동이 아니라 일종의 노동같은 것으로 체력, 기운 등이 소진되는 것이지 충전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기쁨과 보람이고 영혼의 충전이나 충만함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의미에서 건강 챙김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아내의 몸은 망가져있었다.


나도 나름 집돌이 남편이다.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직장 생활, 외부 활동 등을 활발하게 하는 편은 아니다. 출산과 육아도 늘 함께 해왔다. 단, 운동은 꾸준히 하려고 하는 편이다. 직업이 체육교사이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업적인 태만이면서 존재에 대한 의미를 잃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체력과 기능을 유지할 정도이지 마찬가지로 주변 다른 체육교사들에 비하여 외부 스포츠 활동이 왕성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방치하고 혼자 운동을 다닌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아내와 아들, 딸이 병원을 다닐 때 혼자만 건강하겠다고 그렇게 자기 관리를 해댔다. 가족들이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도 혼자만 살아남았다. 그렇게 우리집에서는 나만 건강한 사람이고 나머지 가족들은 잔병치레로 병원친화적인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다. 나만? 혹은, 아내도 가지고는 있었으나 방법을 모르거나 실천하기가 어려웠을거다.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당장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운동을 몇 회 한다고 건강이 다이나믹하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는 운동보다는 육아 중간이나 끝의 달콤한 휴식, 드라마, 예능, 커피, 전화, 잠 등으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하지만 아내가 선호하는 이러한 충전 활동들은 어디까지나 마음의 충전일 뿐이지 신체적으로는 베터리 용량을 줄이는 활동들이다. 아내는 이러한 생활의 지속으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방전이 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집 가까이 산이 있다.

사실, 나는 힘이 들 때마다 혼자 집 뒷편의 산에 의지를 많이 했다.

마음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산을 오르며 몸의 힘듦을 느끼면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이 정리가 되었다.

피로해지는 다리, 헐떡거리는 숨,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사람들, 산과 정상에 올랐을 때의 풍경, 일상이나 고민을 떠나온 몸 그리고 정신.


내가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 몸의 변화. 이러한 것들을 이제는 전도할 때가 온 것 같다.


자기야, 산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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