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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체육샘 Feb 02. 2023

아내와 운동하기-3일차

수영장으로

나: 수영장 가야지 쟈기야? 수영복 챙겨!

아내: 어딨는데 그거 좀 찾아줘.(나는 수영복과 수경을 찾아서 줬다.)

아내: 샴푸나 씻을거 좀 없어? 바를거는?(내 수영 바구니에 샴푸를 건내주었다.) 쟈기는?

나: 난 대충 비누로 씻게. 바를거는 없는데 그냥 집에 빨리 와서 발라. 아님, 샘플같은거 있잖아 그런거

아내: 뭘 화장품을 사야 샘플을 주지 이사람아...

나: 아 그런가?

아내: 수건은 있어?

나: 이거 스포츠 타월있는데 쟈기 써

아내: 아니 이거 그냥 수건 챙겨가지머. 로션 있는데 이거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네. 거기 비누같은거는 있나?

나: 있을껄. 남자 샤워실에는 있는데 있겠지.


그렇게 집 앞 수영장으로 향했다. 자유수영은 1개 레인. 비어있었다. '야호! 황제 수영이다!' 들어가자마자 아내와 나는 약속이나 한듯 노란색 킥판을 잡고 자유형 킥을 하면서 왔다갔다를 했다.


나: 쟈기야!

아내: 여보!


킥을 하며 그냥 장난스럽게 서로를 불렀다. 둘이 물 속에 함께 들어와서 수영하려니 기분이 좋았다.


아내는 수영은 꽤 잘 한다. 수영만. 어렸을 때부터 오래 했단다. 장모님이 다른 운동은 안 시켰어도 수영은 기본이라며 억제로 시켰었는데 그게 제법 성인 때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첫째를 낳고도 잠시 수영을 다녔었다. 둘째를 가지고부터 운동과 단절된 삶을 살았을 뿐.


반면에, 나는 수영을 잘하지 못한다. 대학교 4학년 때 수영을 독학으로 터득하고 체육 임용 시험을 쳤다. 오로지 시험을 위해서 수영을 한 탓에 매력과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바닥만 보고 혼자 물에서 허우적대며 나가는 운동', 수영은 내게 그런 운동이었을 뿐이었다. 작년 수영장에 자유수영 10회 쿠폰을 끊어서 다니면서 수영의 맛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때부터 종종 시간이 날 때면 놀이 삼아 수영장을 찾고 있다. 운동은 역시 즐기면서 해야한다.


킥을 하고 둘 다 자유형, 평형, 접영, 배영 각종 영법을 25m, 50m 그냥 막 섞어서 하고 있었다. 그렇게 20분쯤이 흘렀는데 나이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도 자유 수영을 하러 오셨다. 최소 70은 넘어보이셨는데 그 연세에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할머니를 응시하던 찰나 말을 거셨다.


할머니: 왜 나이가 너무 많아요?

아내: 아니예요. 좋아보이셔서.

할머니: 부부예요?

나: 아, 네.

할머니: 좋네 좋아. 운동도 젊었을 때 해야돼.

 

둘이서 왔다갔다 수영하고 장난치는 모습이 할머니는 눈에는 되게 좋게 보였던 모양이다. 젊었을 때는 30~40바퀴씩 돌고 하셨다는데 지금도 부드럽게 물살을 가르며 나가셨다. 아내가 자유형을 하면서 나가자 킥이 좋다고 칭찬을 하셨다. 수영은 진짜로 좀 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별거 아니지만 나도 칭찬을 좀 듣고 싶었는데 아내 말로는 내가 IM100(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25m씩 하는 것)을 할 때 "잘한다"라고 칭찬을 해주셨다고 했다.


아내: 쟈기 접배평자 그거 할 때 잘한다고 하셨어.

나: 쟈기한테 말한 "잘한다"는 수영을 진짜 잘한다는 의미고 나한테 한 "잘한다"는 열심히 하니까 그냥 예뻐보인다의 의미야.


그걸 알면서 그래 칭찬하셨구나 하고 기분은 좋았다. 강습 시간이 끝나고 레인이 더 비워져 있길래 아내의 제안으로 우리는 수영 시합을 했다. 우선 자유형부터. 나는 50m는 몰라도 25m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출발하자마자 크게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내는 저만치 멀리 있었다. 당연한 결과인데 멘탈이 무너져 내렸고 웃음도 났다. 물을 먹고 멈췄다.


나: 쟈기야, 웃겨서 못하겠다. 왜이렇게 잘해? 다시 한 번 하자.

아내: 아이고, 힘들어 그래 좋아. 나도 웃기네.


두 번째 자유형 대결에서도 나는 완패했다. 배영과 접영도 마찬가지였다. 이긴게 하나있는데 평영이었다. 예전에도 다른 영법에 비해 평영만 조금 자신이 있었다. 평영은 그래도 나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아내는 전반적으로 운동에 대한 자기효능감이나 자존감이 낮았는데 그나마 수영에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장모님 감사합니다.'


수영 대결 후에 아내는 먼저 씻으러 갔고 나는 평영을 조금 더 한 후 씻으러 갔다. 내 자존심을 지켜준 영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랄까.


수영을 하고 나와 점심은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볶이를 먹었다. 운동하고 밥 같이 먹는 재미가 또 쏠쏠한데 이것을 아내와 함께 하고 있다니.


다음은 달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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