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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Nov 16. 2023

마라톤을 시작해 볼까?

마라톤 이야기

금년 여름에 농부학교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같이 공부하는 학생 중에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40대인 그 사람은 수업 중간에 틈만 나면 마라톤을 화재로 삼았습니다. 그가 마라톤을 이야기할 때 저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마라톤은 나이 어린 사람들, 젊은 사람들의 운동이지 60이 넘은 이 노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라톤 재미에 푹 빠져있는 그 마라토너는 단체 카톡방에 가끔 마라톤 사진을 올렸습니다. 하늘 높이 뛰어오르는 모습을 사진 찍어 올리기도 했지요. 군더더기 살이 하나도 없이 튼튼한 근육으로 뭉친 그의 몸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앞으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고 항상 구부정한 모습으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니는 저입니다. 저에게는 천천히 느리게 걷는 것이 운동입니다. 기껏해야 텃밭에 쭈그리고 앉아 잡초 뽑는 것이 큰 운동입니다. 요즘은 걷는 것도 시원치 않습니다. 전철역에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릴 때는 그냥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뒷사람들의 시선이 따갑지만 무릎이 시큰 거려 그냥 버팁니다.


최근에 저는 브런치 스토리 가입하고 이글 저글 읽으면서 나이가 많아도 배울 것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고 오랜 기간 살아왔다고 생각했으나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고 세상이 참으로 넓고 귀담아들을 이야기도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중에 어떤 작가(별일없이 달리기님)의 마라톤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나도 마라톤을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마라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딸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마라톤 해도 될까? 딸들이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한 아이는 "한번 해봐요." 그럽니다. 또 다른 아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괜찮을까?"하고 묻습니다. 우선 무릎이 걱정이 되어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그랬더니 마라톤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무릎이 튼튼하다고 합니다. 무릎 주위의 근육이 발달하니 마라톤이 약한 무릎에 오히려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라톤 행사를 찾아봤습니다. 놀랐습니다. 마라톤 행사가 이렇게 많다니. 주말마다 전국의 이곳저곳에서 마라톤 행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60 평생에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우선 가장 짧은 코스인 5km를 등록 신청했습니다. 가격도 3만 원으로 부담이 없습니다.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일단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달리다 힘드면 걸으면 되지, 그것도 힘들면 기권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마라톤은 20대가 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40대, 50대가 많다고 합니다. 60대, 70대도 적지 않다고 하니 용기가 났습니다.


마라톤 등록을 하고 나니 몸이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방안에서도 달리는 자세를 잡아보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내려 보기도 합니다. 바깥에 일이 있을 때는 평지에서 뛰어보기도 합니다. 자세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인터넷을 보고 배우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못 느꼈는데 조금 움직이니 온몸이 뜨거워집니다. 밥 먹을 때도 긴장해서 그런지 식탐이 없어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식욕을 조절하는 것 같습니다. 몸이 무거우면 달리기가 힘들고 무릎에 무리가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뛰어봤습니다. 그리고 잠을 잘 잤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니 온몸의 근육이 당기고 아픕니다. 뛰어보지 못한 지가 30년이 넘었을까, 40년이 넘었을까? 걸을 때 쓰는 근육과 달릴 때 쓰는 근육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쓰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쓰게 되니 온몸이 쑤시고 아팠습니다.


마라톤 참가 등록한 곳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잘 준비해서 지정 장소에 나오라는 것입니다.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우선 기권할 때 기권하더라도 운동화가 필요하고 자외선을 가리는 안경도 필요합니다. 모자는 쓰는 것이 좋을까, 안 쓰는 것이 좋을까? 셔츠는 어떤 것을 입을까? 바지는 어떤 것이 좋을까? 가방은 어떻게 할까? 매고 뛰어도 될까? 휴대폰은...?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은 대충 입고, 평소에 신던 운동화를 신고 나가야겠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워야겠습니다. 뛰는 방법도 현장에서 배워야겠습니다.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코스는 맨 처음 집에서부터 마라톤의 출발선상에 서기까지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코스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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