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아픔

스즈메의 문단속 - 트라우마 -

by 겸양

-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 있습니다. -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결국 어린 시절 고통받고 있던 자신을 만나는 주인공이었다.

나의 아픔을 안아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 자신을 대면하면서 변화된다.

상처받은 어린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것도 지금 어른이 된 자신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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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속을 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재해로 엄마를 잃고 이모와 단 둘이 살아가는 주인공

다니던 학교가 폐허가 되고, 집안일을 도우며 살아가는 여고생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것 같은,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여자

도쿄에서 교사를 꿈꾸며 친구를 찾겠다며

편도 7시간이 넘는 곳을 기꺼이 같이 떠나 주는 남주의 친구


따스한 정, 살아남은 이들의 연대,

천재지변보다 강한 삶의 의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랑’


사랑으로 이뤄진 삶에 대한 갈망이,

사랑하는 이를 더 보고 싶다는 원의가

더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한다.


그 여정 끝에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자신과 조우한다.



여정 중에 잠시 멈출 때마다 힘들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을 맞이한다.

가까스로 닫은 문으로 잠시 흔들리다 금세 진정된 삶의 현장

삶과 죽음은 그 열리고 닫힌 문 하나 차이이다.


천재지변을 막으려고 애쓰는 주인공들의 모습 중에

비춰주는 다른 이들의 잔잔한 일상

일상의 평온함이 유지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선

이름 모를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아픔이 있을 것이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한국의 근현대사 역시 그러하지 않았던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 중 당연한 것은 없음을...

노력에 노력이, 기적에 기적이 더해져 이뤄진 것임을 새삼 느꼈다.




영화에서는 문과 열쇠를 계속 보여준다.

문은 공간을 가르면서 연결시켜 주는 통로이다.

그런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는 열쇠

문이 삶에 주어진 다양한 면을 나타낸다면

열쇠는 삶을 대하는 태도, 결정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것 같다.


문을 열면서, 자전거를 타면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키는 본인이 쥐고 있다.


그 열쇠는 공간을 너와 나의 벽을, 거리를 삶과 죽음을 뛰어넘게 한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엔딩 곡에는

“내가 아닌 것으로 이루어진 당신이 내가 된다.” 가사가 나온다.


사랑은 그 희생과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구해준다.

다른 누군가가 몰라준다 할지라도, 서로를 향한 사랑은 스스로를 구해준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것임을...



「너의 이름은」, 「날씨아이」, 세 영화 모두 같은 주제를 담고 있었다.

재해, 시공간을 넘어서는 연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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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곁에 있다.

인생은 찰나이다.

있던 곳으로

본래의 자리로

공으로

허무가 아닌

충만한 본래의 자리로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


강한 의지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제5원소, 사랑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

신비이다.


자아의 심연, 과거의 나를 안아 주는 것도

그 삶과 죽음의 문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을 뛰어넘어 접점을 만들어 내는 과정


「너의 이름은」에서 끈... 인연을 보여준다. 서로 강하게 이어져 있음을

우연은 없다. 결국 만날 사람을 다시 만나다.

세상을 먼저 떠났다고 할지라도

사랑은 죽음을 극복한다.

죽음을 이겨내는 사랑... 영원성

결국 하나가 되는 일치


살아남은 자들의 아픔이 있다.

살아가는 자들의 아픔이다.

저마다 아픔을 지니고 산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에 입어 결정적인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키를 쥐고 꼽고 돌려야 한다.

문을 열고 마주해야 한다.


인생은 소풍이다.

짧은 여행

스즈메는 말한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자.


엔딩 노래 가사에


“어른이 되면 몇 만개나 되는 사랑 노래의 의미를 알게 될까?” 라는 대목처럼

세상을 그토록 많은 사랑 속에 이어져 가고

그중 한 사람인 나 역시 그 사랑을 찾고 만나는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겠지


사랑의 초조함 혁명, 천재지변도 아닌 '너'였어...

몇 천년 뒤에 인류보다 지금의 '너'가

무시무시한 일이 있을지라도 '너'가 있다면

두 팔로 끌어안을 수 있다고...

그 사랑을 향해 말한다.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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