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근무평정] 2차 근무평정의 이해 / 주변사람들에게 잘하라!
지금부터는 2차 근무평정을 잘 받는 방법을 알아보자.
앞서 개요에서 1차 근무평정과 2차 근무평정은 평가 환경과 과정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살펴봤다. (혹시 안 읽어 봤다면, 잠깐 돌아가서 읽어보길 권한다.)
요약하자면, 1차 평정은 공간적·임무적으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들 간의 평가다. 따라서 피평정자와 평정권자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네 가지도 소개했다.
그런데 2차 평정을 1차 평정과 동일하게 여기고 대비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2차 평정권자는 당신이 분대장이라면 소대장, 부소대장이라면 중대장, 소대장이라면 대대장이 된다.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고, 임무도 다르다. 하루 종일 얼굴을 한 번도 못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평정 시즌이 되면, 2차 평정권자는 당신을 평가해야 한다.
2차 평정권자는 2차 평정이 진급과 장기복무선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상위 30%의 인원을 특별히 잘하는 사람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다. 하지만 2차 평정권자는 정작 누가 더 잘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옆에서 자세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윤곽은 나오지만, 구체적으로는 알기 힘들다. 그래서 자신의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를 찾게 된다.
이런 정보는 2차 평정권자가 과거에 현장에서 직접 보았던 인상 깊은 장면, 부대 지휘에 도움이 되었던 기억,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등으로 구성된다. 2차 평정권자는 이렇게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를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2차 평정권을 행사한다.
그리고 2차 평정의 결과는 나중에 진급과 장기복무 지휘추천으로도 이어진다. 즉, 자신이 상위 평가를 준 인원이 진급을 하고 장기복무에 선발될 수 있도록 끝까지 관리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2차 근무평정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2차 근무평정을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라'는 것이다.
2차 근무평정자는 자신의 권한을 아주 성공적으로 행사하길 원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근무평정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피평정자와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아니고, 자세히 관찰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보완 요소를 찾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바로 주변 사람들의 의견, 즉 당신에 대한 평판이다.
당신은 아주 열심히 하려고 할 것이다. 진급도 해야하고 장기복무 선발도 돼야 한다. 그래서 부여된 임무는 물론, 부여되지 않은 임무까지 내 것처럼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이렇게 해야 근무평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진급과 장기복무 선발에서 유리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욕심이 당신을 지배한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어떻게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라는 불안감이 생기고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대대장 시절, 실제 평정을 부여했던 사례를 들어보겠다.
나는 평상시에 A라는 소대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착실하고 지휘도 잘했고, 중대 임무를 맡기면 언제나 충실히 수행했다. 그래서 내 눈에는 A 소대장이 매우 잘하는 장교로 보였다. 그런데 참모장교들과 부사관들로부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A 소대장이 부하들과 불협화음이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의아했다. 내가 알고 있는 A 소대장은 성실하고 지휘를 잘하는 장교였는데....
주임원사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곧 보고가 들어왔다.
“독선적인 경향이 많습니다. 분대장, 부소대장들과 대화를 해보니, 소대장 본인의 의견과 다르면 절대 듣지 않고, 종종 폭언도 한다고 합니다.”
인사과장에게도 확인해보라고 했다.
“업무는 아주 스마트하게 하지만, 부하들과의 관계는 어렵습니다. 용사들도 강요만 받고, 소대장이 말을 들어주지 않아 불만이 많습니다.”
내 입장에서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중대장을 불러서 A 소대장에 대해 물었다.
“성격은 약간 있지만, 부여된 임무는 아주 잘 수행합니다. 제가 잘 지도하겠습니다.”
그 뒤로 계속 A 소대장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그런데 대대장의 마음의 편지에는 A 소대장의 이름이 자주 올라오기 시작했다. A 소대장을 불러서 무슨 일이 있는지 대화를 나눴다. 역시나 문제는 욕심이었다. 장기복무 선발을 위해, 그는 잘하고 싶었고 그 방법으로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A소대장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교육했고, 이후에도 계속 확인했지만 A소대장의 언행은 좀처럼 개선돼지 않고 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근무평정을 좋게 평가할 수 없었다. 그런 장교가 장기복무자가 되면, 부대 전투력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B라는 소대장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B 소대장은 튀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크게 돋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대장에게 쓰는 병사들의 마음의 편지에는 B 소대장의 이름이 자주 나왔고, 하나같이 칭찬이 가득했다. 참모들에게도 B소대장에 대해 물으니 “임무수행은 평균치지만, 부하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잘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그해 2차 근무평정에서 B 소대장을 ‘탁월’로 평가했다. 군대는 혼자서 다하는 조직이 아니다. 조직이 일하고, 조직이 성과를 낸다. 내가 A 소대장보다 B 소대장을 더 높게 평가한 이유는, B가 조직을 더 잘 이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리 자신이 똑똑하고 잘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관찰하고 평가한 결과는 당신만 모를 뿐, 다른 이들은 이미 다 알고 공유한다. 그래서 평판이 무서운 것이다.
평판을 위해서는 자신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한 점은 노력으로 고칠 수 있지만, 주변인에게 남긴 나쁜 인상은 쉽게 고칠 수 없다.
어떤 이는 이렇게 질문하기도 한다.
“평판을 위해 남의 눈치를 보며 근무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평판은 단순히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떳떳하게 평가받는 수단이다. 특히 군이라는 조직에서는 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과의 융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평판은 단순한 눈치가 아니라, 나 자신을 증명하고, 조직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하나의 도구인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만약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그들을 잘 챙기며,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2차 평정권자로부터 신뢰의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