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순영

대학때 내내 붙어다니던 친구와 근래 와서 별 이유도 없이 소원해졌다. 학교때는 텔레파시까지 통하던 친구인데..어느날 학교앞 문구점에서 빗을 하나 샀는데 다음날보니 그 친구도 똑같은걸 샀길래 서로 소름이 돋기도 했다. 볼펜이나 노트정도야 학교앞이니 겹칠수 있다쳐도 빗은 거의 확률이 없지 않은가.


그 친구는 원래 선생님이 꿈이어서 부전공으로 교육학을 들을 예정이었는데 나의 꼬임에 넘어가 스페인어를 택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던 친구는 뒤늦게 타대학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자격을 취득했고 임용고시를 통해 마침내 선생님이 되었다.



삶의 궤적이 다르면 멀어지는거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그토록 가까웠는데...그친구만은 영원히 단짝일줄 알았는데.

조금전 컴퓨터 관련해서 물을게 있어 근 1년만에 전화를 했다. 의례적인 안부인사가 오가고 용건이 오가고 그러다 언제만나? 했더니 글쎄..라는 대답이 흘러나왔고 우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마치 잘못 걸려온 전화를 급히 끊듯이.



늘 내 가까이 있어줄 것 같던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하나 둘씩 멀어져 생사조차 모르게 되거나 심지어 부고를 듣는 경우도 생긴다.프랑스소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처럼 . 만난기억은 순간이고 헤어진 기억은 영원처럼 느껴진다. 이별은 많은 얼굴을 갖는다. 망각, 배반, 죽음... 물론 이별뒤 재회라는 기적도 가끔은 일어나지만 그렇다 해도 그리운 예전 모습, 예전 그 미소는 아닌듯 하다.


그 친구와는 성북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강촌에 자주 갔다. 폭염에도, 폭설이 내리는 한 겨울에도...빠듯한 학생 용돈을 탁탁 털어 갔다와서는 학교앞 호프집에서 맥주를 나눠마셨는데..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님'이었는데 이제는 먼 '타인'으로 변해버렸다 . 너무 긴 작별만 아니길.


이글을 쓰다보니, 존크라우 랜섬의 시 <겨울회상> 이 떠올랐다.


" ...

사랑이여, 그대를 만져보고 우리의

분리된 힘을 함께 묶었던 이 손가락도

값없고 형편 없는 열 손가락이요

추위에 얼어붙어 달랑거리는 열줄기 나물이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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