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이별

by 박순영

만남이 시작된 순간은 모호해도 헤어진 순간은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만남은 나로 모르게 스며드는 경우가 많고 그에 비해 이별은 서로가 또렷하게 말로 언급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것은 일종의 예의이기도 하다. 확실히 끊어주는것. 그래야 상대나 나나 미련이 없이 새사람을, 새인연을 찾아나설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독한 연애보다 더 잔인한 이별은 '끝'이라는 말도 없이 끝나버리는 것이다.. 갑자기 메시지가 씹힌다거나 전화가 막혀버리면 당한 입장에서는 도무지 뭐가 모를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헤어진건가, 시간을 갖자는 건가, 아니면 잠깐의 변덕인가, 끝도 없는 미망에 시달릴수밖에 없다.대신, '안녕'이란 말을 생략한 사람은 언제든 다시 연락할수 있다고 생각해 상대를 킵keep해 두려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모든 만남이 동등해야 한다면 이별도 공정해야 하거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그러므로, 헤어질때는 분명 선을 그어주는 마지막 예의는 차렸음 한다. 모호한 이별만큼 잔인한 것은 없으므로.



그런데 이렇게 분명한 이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분명히 또렷하게 결별을 알리고 뒤돌아섰는데도 이따금 메시지나 연락을 취해오는 경우가 그렇다. 상대도 분명 알아들었고 파국에 이르기 전 오랜 갈등과 부침이 있었음에도 시치미 뚝 떼고 이별 전과 같이 행동하려고 하면 이쪽은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딱히 불순한 의도가 없어도 그렇게 자기 감정을 붙들지 못하고 질질 흘리는 사람이 꽤 되는듯하다. 그렇게 되면 헤어진것도 다시 만난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된다.어쩌면 그것은 한쪽만 일방적으로 편리한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럴땐 다른 방법이 없다. 만남은 거절하고 온라인 연락은 이따금 한두줄로 답해주는걸로 조금씩 멀어지는게 좋다. 아예 막아버리는게 제일 확실하지만 그러면 나역시 데미지를 입는다. 거기다 또 이별 운운하면 나부터가 두번째 이별을 하는거 같아 마음이 여간 불편한게 아닌다... 약간의 연기가 필요하다.


상대가 다 내마음 같으려니 하는데서 세상에 대한 오해는 시작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상대는 나같지 않다는 걸 생각하고 발빠르게 내가 최대한 덜 다치는 선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고 이별통보를 받으면, 그것이 그나름의 진정성이 있다면 그것을 기꺼이 수용할줄 아는 영혼의 성숙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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