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조 바사니 소설<금테안경>리뷰

차별과 모욕의 문제

by 박순영


작품은 파시즘 시대 페라라를 무대로 펼쳐지고 파시즘은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앞세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고 다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고립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바사니는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유대인으로 파시즘의 비인간성과 사회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고통을 그렸다.그런 의미에서 차별과 박해의 대상이었던 유대인과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화자인 ‘나’는 동성애자인 파디가티에게 연민을 느끼는데 둘다 사회에서 고립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집단에 모욕당한 개인의 분노는 일체의 폭력성을 배제한채 지극히 서정적으로 그려지는데 그래서 더더욱 처연하다.불치의 고독과 절망에 휩싸인 자가 결국 죽음을 택하는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참고로 파시즘이란, 1차 대전 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조직한 파시스트당(Fascist黨)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적 이념이며 20세기에 등장한 독재, 전체주의 체제나 운동을 총칭한다.넓은 뜻으로는 이탈리아 파시즘과 공통된 본질을 갖는 경향이나 운동 및 지배체제, 제1차 세계대전 후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의 전반적인 위기단계에 출현한 테러리즘(terrorism)적인 수단에 의한 독재정치를 말하고 대부분은 일당 전제(專制)의 형태를 취하며 국수적 사상을 선전한다.

즉 모든 국가주의적 전체주의 운동이나 그 정부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어로 이탈리아어 파쇼(fascio)에서 유래했다. 파시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국가의 절대 우위이다. 개인들은 국가가 명시한 국민의 통합원칙을 따르고 국가를 상징하는 지도자에게 복종을 강요당했다. 군사적 가치관을 찬양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등의 가치관은 낮게 평가되었다.



조르조 바사니 (1916-2000)는 흔히 '기억의 작가'로 불릴만큼 자신의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페라라에 대해 평생 애증을 갖고 서술했다. 부유한 유대인 집안 출신으로, 1938년 반유대주의적 인종법이 선포될 무렵부터 반파시즘 활동에 참여하다 1943년 체포되어 구금된다. 무솔리니가 실각하면서 풀려난 뒤 로마에 정착하고 2차대전 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나간다.


바사니 문학의 원천은 ‘페라라’와 ‘유대인’이다. 작품 대부분이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 집권기를 전후한 페라라가 무대다. 바사니는혹독한 시대 상황,부르주아 의식의 혼란상을 파헤진다. 그는 역사와 집단으로부터 모욕당한 개인의 의식을 페라라를 배경으로 서정적으로 그려내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의 증인으로 자리매김한다.


바사니 문학의 결정판은 ‘페라라 소설 연작’으로 불리는 작품들의 모음집인 『페라라 소설』(1980)이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파시즘 치하의 페라라가 지닌 역사적 면면을 눈부시게 그려낸다.



giorgio bassani (1916-2000)


이야기는 파시즘이 기승을 부릴때를 배경으로 부르주아 계층인 파디가티라는 의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925년 시민들 사이에서 소란이 잦아들고, 거대 국가 정당을 조직한 파시즘이 후발 주자 모두에게 유리한 지위를 제안할만한 힘을 갖게 되었을 때 , 아토스 파디가티는 근사한 개인병원의 소유주이자 새로 지은 대형 병원 산탄나의 이비인후과 과장으로서 페라라에서 이미 견고하게 기반을 잡았다.”

파디가티 외모를 '나'는 이렇게 회고한다.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이 먼저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했다.수염없는 매끈한 뺨에 창백한 안색 위로 금테안경이 유쾌하게 빛났고 ...”

여기서 금테안경이란 지식인을 뜻함과 동시에 언제든 깨질수 있는 유약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나'가 청춘기를 보낸 페라라는 작은 공동체인만큼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회자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는 곳임을 냉소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고 투명한 사회에서는 자신의 삶에서 공적인 영역과 사생활을 분리하고자 하는 정당한 요구만큼 무분멸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다”


의사 파디가티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기 전까지 페라라는 온통 그에 대한 칭찬 일색과 존경에 빠져있다.

"그는 모든 귀족층은 물론,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장사를 하는 부르주아와 서민층에게도 똑같이 환영받았다.. 게다가 ‘천성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성향이라고 조용히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파시스트당의 당원증까지 주어졌다”


그런데 파디가티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데,

“새벽 서너시쯤,파디가티의 아파트에서는 덧문을 통해 작은 불빛이 매일같이 새어나왔다...그시간 밤의 방랑자도 교통경찰 만세르비지나 수위 틀라폴리니, 또는 전 축구 선수 바우시가 바로 그 순간 의사의 손님으로 와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파디가티는 동성인 델릴리에르스와 해변에서 보란듯이 애정행각을 벌인다.

“가족 휴가를 온 페라라 사람들로 북적거렸던해변에서는 그들의 ‘볼썽 사나운 우정’ 입방아에 올랐다...8월초부터 이곳저곳 호텔을 옮겨다니는 그 두사람이 목격된 터였다. ...”


그러면서 8월 더위속 페라라가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아버지는 8월 페라라의 엄청난 불볓 더위에 관해 이야기했다...밤에 잠을 이룰수가 없지요...마치 그 기억만으로도 도시의 더위가 주는 모든 압박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는 듯말이다...”

그만큼 페라라의 더위는 그 도시가 주는 압박감, 고립, 차별과 비례한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파디가티의 연인이었다고 여겨진 델릴리에르스가 실은 이성애자임이 밝혀지고 여태 파디가티와 애정행각을 벌인것은 순전히 그로부터 이런저런 이익을 얻기 위해서임이 밝혀진다.

“정말로 이상했다. 그의 속셈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파디가티와 함께 있는 것은 요상한 취향때문이 아리나 오로지 공짜로 휴가를 즐기기 위한 것임을. 어쨌든 그의 성적 지향은 여성쪽이라는 것을 나를 이용하여 우연인 듯 널리 알리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야기는 동성애자인 파디가티에서 유대인 작중 화자인 '나'에게로 곧잘 옮겨간다. 둘다 사회에서 고립되고 모욕받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때문에 말할수 없는 모욕감과 불안을 겪는다.

“...내 안에서는 이루 말할수 없는 혐오감과 더불어 그리스도교와 카톨릭교, 다시 말해 이도교라 할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아주 오래된, 그리고 대를 이어 전해진 유대인의 증오심이 치솟았다. 이교도, 이교도들...나는 자신의 게토밖에서는 한번도 살아본적 없는 동유럽의 어느 유대인과 똑같아졌다...매우 가까운 장래에 그들, 이교도들은 칠팔십년전에야 우리가 벗어났던 참담한 중세구역의 구불구불한 좁은 길에다 또다시 우리를 떼거리로 몰아넣으려 할 것이다.우리는 겁먹은 많은 짐승들처럼 철책뒤에 차곡차곡 쌓일 것이고,거기서 절대 탈출할수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유대인들은 당시 비교적 풍 요로운 삶을 산것으로 보여지는데,

“페라라에서 이스라엘인들은 모두 혹은 거의 모두가 도시 부르주아에 속하고 ,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도시의 힘줄이자 척추를 이루는 존재...그들의 다수가 파시스트였던 것도 사실...

유대인들의 다수가 파시스트였음은 가히 충격적인 사실이다.


이야기는 다시 파디가티에게로 옮겨져, 그는 한마리 개를 보며 그 단순한 본능과 자유로움을 부러워하는게 그려진다.

”그 안개의 바다에서 냄새로 우리를 뒤쫓아 왔다는 것에 기뻐하며 개는 멈춰섰다...이처럼 자신의 본성을 받아들여야겠지.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럴수 있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을까? 인간에게도 다분히 동물성이 존재하는데, 과연 인간이 복종할수 있을까?동물이라는 것을, 단지 한 마리의 동물임을 받아들일수 있을까?“


그리고는 '나'로 이야기로 옮겨오는데, 파디가티같은 창백한 지식인으로만 보여지는 '나'안에 자신을 차별하고 모욕하는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증오가 도사리고 있음이 그려진다.

”한명은 가해자, 다른 한명은 피해자. 보통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파디가티는 나를 잘못봤다. 증오가 아닌 그어떤 다른것으로는, 나는 결코 증오에 대응할수 없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이탈리아 반유대주의가 곧 걷힐 안개정도라 생각한다.

”최근 몇 달동안 두체는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로 하여금 이탈리아가 이제 독일과 단단히 결속됐음을 믿게 해야 할 불가피한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효과를 위해 약간의 반유대주의보다 더 설득력있는 재료가 있겠는가?“


그러나 난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할수 없다. 나의 내면은 곧 닥쳐올 불길한 미래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나는 무엇 때문에 부모님의 희망을 공유하지 못하는걸까? 그들의 열광에서 무엇이 나를 불쾌하게 하는 걸까? 절망적이었다. 너무도 절망적이었다...“ 그러면서, 그의 절망과 고독감은 점점 더 깊어간다. ”지난 두달동안 내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고독감이 바로 그 순간 한층 더 심해졌다. 총체적이며 결정적이었다. 나는 나의 유배지에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나'의 예언대로 얼마후 이탈리아에선 인종차별법이 발표돼 수많은 유대인이 탄압받고 희생된다. 즉, 역사가 개인을 배반, 모욕하는 대 사건이 터진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파디가티의 자살이 묘사된다.

”페라라의 유명한 전문의

폰텔라고스쿠로 인근

포 강에서 익사“

조르조 바사니 <금테안경> 문학동네, 2018


작중 화자인 '나'는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부분에서 기억의 모호성이나 공백을 집단의 기억으로 대체하는데 이는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처럼 이 작품은 1930년대 중반 파시즘 체제를 묵인하며 안일하게 살아가던 페라라 부르주아사회의 자기분열을 서정적이고 애잔하게 그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된다. 알베르토 모라비아를 비롯한 많은 작가, 지식인들이 바사니를 극찬했다.


참고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은 2차대전 전후 사실주의를 추구했던 이탈리아 영화장르를 주로 말하고 이것은 파시스트 정권하의 예술적 억압에 대항하면서 형성되었고 이후에는 사회상황 주목했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339575

네오리얼리즘 - Daum 백과

이탈리아 소설 / 조르조 바사니 - 금테 안경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http://rainbowbookmark.com/new/bbs/board.php?bo_table=B12&wr_id=8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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