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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03. 2023

집주인이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때는 점심시간 묵음으로 전화가 왔다. 집주인이다. 속으로 생각을 했다. 또 이번에 우리 건물의 주인이 바뀌려나. 썰은 이렇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건물의 주인은 벌써 4번째 바뀌었다. 매해 바뀌는 것 같아서 그럴 때마다 반갑지 않은 부동산에서 다시 계약서를 쓰고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 집 없이 사는 사람의 증명인 것 같아 그리 달갑지 않다. 뉴스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하락세라고 하는데 혹시 올해에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전화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언제 맞아도 맞아야 한다면 일찍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인아주머니의 음성이었다.


"아가씨 나예요"

난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시작으로 통화가 시작이었다.

두근 거리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 옆에 있는 물 잔으로 물을 마셨다.

"어떻게 잘 지내고 있죠?"

난 "네 덕분입니다"


주인은 우리 집 말고도 다른 집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이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곳에 머물고 있다.

"다른 게 아니라 우리 빌라 사람들 잘 지내고 있나 해서 전화를 어제 다 했는데 아가씨한테만 못했어요"

난 "어제 전화를 안 하셨는데요"

아주머니는 "그게 아니라 내가 못했어요, 글쎄 전화번호를 잊어버렸지 뭐예요"

난 "그러셨군요"

아주머니는 "그래서 내가 바깥양반에게 물어봤더니 모른데 그래서 내가 어째 거래한 부동산에 물어봐서 알았어요"

난"네, 무슨 일이실까요?"

아주머니는 "다른 게 아니라 이번에 가스요금이다 뭐다 해서 다들 입주민들 힘들잖아요"

난 "네"

아주머니는 "딸 같아서 전화했어요. 우리 집에 계약한지 가장 오래됐는데 별 말없이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건강하죠?"


이런 뜬금없는 안부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고마움에 "감사합니다"라고 나는 말씀을 드렸다.

아주머니는 "무슨 나는 부모 아닌가?"

그렇게 아주머니와의 대화는 거의 30분을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아주머니는 "그리고 올해는 전세비 안 올려요, 아마도 내년에도 그럴 것 같아요. 다들 어렵잖아요. 그리고 아프지 마세요. 입주자들 다들 복 많이 받았으면 해요"

이런 면이 있으셨다니, 사실 여기 입주하면서 딱 한 번 뵈었었다.

난 "감사합니다"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아주머니는 "우리가 그렇죠, 참..." 하면서 말끝을 흐리셨다.

나는 "무슨.."

아주머니는 "아니, 요즘 세상이 그렇잖아요. 이렇게 전화로 하는 것도 흔치 않고 우리 서로 안부 물어가며 친하게 지내요"

난 웃으며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이어진 아주머니는 "나도 이렇게 전화하기가 용기를 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주인 전화를 반기는 사람이 있겠어요?. 그래도 좋은 전화니 좋게 받아줘요. 여기 거주자들이 다 딸 같고 아들 같아요. 이번에 국가에서 올린 세금에 다를 내가 용지들을 보니 많이들 올랐던데 도와줄 방법은 없고 답답하더라고요. 그리고 나도 자식이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어요. 그러니 외국에서 남의 집에 살고 있는 거죠. 다르지 않아요. 이런 전화받으면 어떨까? 생각을 했는데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내 생각만 했을까요?"

난 "아니요, 저야 감사하죠"

아주머니는 "그래요 , 무조건 건강하게 버티며 살아요. 기회 되면 갈게요"

난 "네, 건강하세요"

이렇게 난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집주인에게 안부나 건강덕담을 들어본 적이 없다.


각박한 서울에서 누군가에게 안부를 듣는다는 건 회사에서는 들어봤지만 집주인에게 들어본 건 처음이라 얼떨떨했지만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에 좋았다.

그리고 감사했다.

다행인 건 전세비 상승이 아니라는 건 정말 다행이었다.


안 그래도 동료들과 밥 먹으면서 만료가 되어가는 집이 전세비 상승이 있을 것 같다고 울상이었는데 이제는 맘 한편이 펼 수 있어서 좋았다. 동료들은 부럽다며 인사를 했고 나도 왠지 인간적인 인사를 주고받았다는 생각에 맘 한편이 뿌듯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내막을 이야기하니 엄마는 감사한 분이라며 자주는 무리겠지만 뜨문뜨문 안부 인사라도 드리라며 서울에서 그러기 힘들다며 엄마도 좋아하셨다.

난생처음 받은 집주인분의 인사에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그때가 떠올라 괜히 일거리는 많은 하루지만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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