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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

쉰일곱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주저



그 순간,
잠긴 목소리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렀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망설임 끝에 삼킨
그 말이, 서늘한 공기에 스며들고
너는 모르는 얼굴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너의 시간에 닿지 못한 채
멈춰버린 말은 저물고
바람은 무심히 스친다

뒤돌아보면 멀어져 버린
너의 뒷모습 따라
흐려지는 저녁빛 속에
나는, 지금도 머물러 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
닿을 수 없는 거리,
그러나 어쩌면
한 번쯤은 뒤돌아보았을 너를,
나는 오래도록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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