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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넓은샘 Oct 25. 2024

우리가 살아 있다면

스물한번째 시





우리가 살아 있다면

살아 있기만 하다면


이 땅 위에 서 있다면

아직 숨 쉴 공기가 있고

마실 물이 있다면


너무 뜨겁거나 춥지만 않다면

햇빛이 비추고 벌이 살아 있다면

뭔가 땅에 심고 자라길 기대할 수 있다면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 않은가


아직 기회가 있는가

실오라기 만한 기회라도 있다면

그 기회를 잡아야 하는가

이 땅에 내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아이에게 미안하다 말할까

그 말 한마디로 괜찮을까

아이는 내게 뭐라고 할까

이 세상 가득한 저주를 퍼붓지 않을까


우리는 꼭 살아야 하는가

아득바득 살아야 하는가

살아남아 아들의 아들, 그 딸의 딸을

이 땅 위에 꼭 남겨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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