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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넓은샘 Aug 21. 2024

진로를 정하기 전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먼저 정해라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면 매우 어렵고 철학적인 질문이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옆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지금 당장 물어볼 수 있다. ‘넌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흐리멍텅한 눈으로 대답할 것이다. ‘뭐요?’


  맨날 놀고먹는 삶,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꿈이다. 잘못된 대답은 아니다. 그것은 나의 꿈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막상 그 대답을 들으면 열이 받는다. 열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 보면, 강한 성공 욕구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생각 외로 많지 않다.(타고나길 승부욕과 성취욕에 불타는 애들이 간혹 있다.)


  문제가 두 가지 있는데, 그 첫째는 그 대답을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이가 ‘난 공부도 싫고, 경쟁하는 것도 싫어. 적당히 알바 하면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래.’라고 한다면 ‘그래. 너의 삶이니 존중하마.’라고 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저 대답이 바른(?) 대답이라고 생각하는데(아이 삶의 주인은 아이 자신이니까) 나의 딸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난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두 번째는 놀고먹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돈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럼 아이는 말하겠지. ‘아빠가 주면 되잖아.’ 아이야 아빠는 나 쓸 돈도 없단다. 우리 아이들에게 너희가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일을 해야 한단다라고 말해주면, 몇 년 전에는 프로게이머 하면 된다는 아이들이 많았고, 지금은 다 유튜버를 하겠다고 한다. 프로게이머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고, 힘든 일인지 아무리 말을 하고 영상을 보여줘도 자기는 게임이라면 24시간이라도  할 수 있단다. 유튜버는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돈을 펑펑 버는 줄 안다. 그래서 유튜버의 어려움을 알려주려고, 직접 개정을 개설해서 영상을 올려보라고 했더니 재밌다면서 열심히 만든다. 일단 직접 해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것이 돈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이다.


   단계를 화를 내지 않고 넘겼다면, 당신은 성숙한 어른이다. 그럼 이제 아이들이 자신이 바라는 삶을 ‘구체화’ 시킬 수 있게 도와주도록 하자. 보험 매니저가 된 것처럼 고객님에게 응대해 보자. 건물주가 되고 싶으시단다. 기각. (방송의 영향으로 꼬맹이들도 건물주 좋은 것은 안다.) 가게 사장님은 힘드니까 회사원이 되시겠단다.(이것도 방송의 영향이다.) 한 달에 얼마 정도 벌면 좋겠니? 한 300만 원 정도.(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승진이나 이런 것보다는 자기 생활을 잘하고 싶다고, 여행도 다니고 서핑도 하고. 아이야, 회사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놔두지 않는단다. 자르지. 그럼 그나마 가능한 것은 공무원인데, 공무원도 힘들다. 박봉에 업무도 많고. 그래도 그나마 아직까지 워라밸에 근접한 직종은 공무원과 공사 정도인 것 같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진로 교육을 할 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네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니? 또 네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니? 그래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좋아하는 것은 직업으로 안 해도 된다. 취미로 하면 된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면 그걸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 잘하는 일,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이 본인이 바라는 삶이 남들을 이겨야 하는 삶이 아니라면, 잘하는 분야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런 아이에게는 적절한 보수에 자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직종을 찾아줘야 맞는 게 아닐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그것이다. 넌 뭘 잘하니, 뭘 좋아하니가 진로교육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넌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니?’하고 물어야 한다. 지금 당장. 그리고 그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판단하지 고. 왜? 그 삶의 주인은 아이 자신이니까. 그리고 거기에 맞게 컨설팅해줘야 한다. 부모인 내 삶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아이의 삶이 잘 분리되어 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해줘야 하는 몫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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