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정하기 전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먼저 정해라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면 매우 어렵고 철학적인 질문이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옆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지금 당장 물어볼 수 있다. ‘넌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흐리멍텅한 눈으로 대답할 것이다. ‘뭐요?’
맨날 놀고먹는 삶,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꿈이다. 잘못된 대답은 아니다. 그것은 나의 꿈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막상 그 대답을 들으면 열이 받는다. 열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 보면, 강한 성공 욕구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생각 외로 많지 않다.(타고나길 승부욕과 성취욕에 불타는 애들이 간혹 있다.)
문제가 두 가지 있는데, 그 첫째는 그 대답을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이가 ‘난 공부도 싫고, 경쟁하는 것도 싫어. 적당히 알바 하면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래.’라고 한다면 ‘그래. 너의 삶이니 존중하마.’라고 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저 대답이 바른(?) 대답이라고 생각하는데(아이 삶의 주인은 아이 자신이니까) 나의 딸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난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두 번째는 놀고먹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돈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럼 아이는 말하겠지. ‘아빠가 주면 되잖아.’ 아이야 아빠는 나 쓸 돈도 없단다. 우리 아이들에게 너희가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일을 해야 한단다라고 말해주면, 몇 년 전에는 프로게이머 하면 된다는 아이들이 많았고, 지금은 다 유튜버를 하겠다고 한다. 프로게이머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고, 힘든 일인지 아무리 말을 하고 영상을 보여줘도 자기는 게임이라면 24시간이라도 할 수 있단다. 또 유튜버는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돈을 펑펑 버는 줄 안다. 그래서 유튜버의 어려움을 알려주려고, 직접 개정을 개설해서 영상을 올려보라고 했더니 재밌다면서 열심히 만든다. 일단 직접 해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것이 돈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 단계를 화를 내지 않고 넘겼다면, 당신은 성숙한 어른이다. 그럼 이제 아이들이 자신이 바라는 삶을 ‘구체화’ 시킬 수 있게 도와주도록 하자. 보험 매니저가 된 것처럼 고객님에게 응대해 보자. 건물주가 되고 싶으시단다. 기각. (방송의 영향으로 꼬맹이들도 건물주 좋은 것은 안다.) 가게 사장님은 힘드니까 회사원이 되시겠단다.(이것도 방송의 영향이다.) 한 달에 얼마 정도 벌면 좋겠니? 한 300만 원 정도.(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승진이나 이런 것보다는 자기 생활을 잘하고 싶다고, 여행도 다니고 서핑도 하고. 아이야, 회사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놔두지 않는단다. 자르지. 그럼 그나마 가능한 것은 공무원인데, 공무원도 힘들다. 박봉에 업무도 많고. 그래도 그나마 아직까지 워라밸에 근접한 직종은 공무원과 공사 정도인 것 같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진로 교육을 할 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네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니? 또 네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니? 그래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좋아하는 것은 직업으로 안 해도 된다. 취미로 하면 된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면 그걸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 잘하는 일,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이 본인이 바라는 삶이 남들을 이겨야 하는 삶이 아니라면, 잘하는 분야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런 아이에게는 적절한 보수에 자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직종을 찾아줘야 맞는 게 아닐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그것이다. 넌 뭘 잘하니, 뭘 좋아하니가 진로교육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넌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니?’하고 물어야 한다. 지금 당장. 그리고 그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판단하지 말고. 왜? 그 삶의 주인은 아이 자신이니까. 그리고 거기에 맞게 컨설팅해줘야 한다. 부모인 내 삶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아이의 삶이 잘 분리되어 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해줘야 하는 몫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