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깊고넓은샘 Aug 28. 2024

한국어 교육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리말을 어떻게 배우면, 그리고 가르치면  효과적인가. 이게 오늘의 주제이다.


  일단, 우리가 많이 쓰는 국어라는 과목명은 쓰지 않겠다. 세상 어느 나라가 자기 나라 언어를 국어라고 쓰는지 모르겠다. 없지 않을까? 우린 한민족이고, 우리 국민이라면 당연히 한국어를 써야지 하는 고집이 느껴지는 과목명이다. 난 그냥 한국어라고 지칭하겠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진 모국어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모국어로 상정하고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일단 모국어는 접촉 빈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웬만하면 능숙해 보인다. 여기서 핵심은 능숙하다가 아니라 능숙해 '보인다'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그 사람들은 한국어를 잘하는가? 한 언어를 잘한다라고 하면 우선 정확한 용법에 맞게 사용하는가, 사용하는 표현이나 어휘는 정확하고 풍부한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가, 잘 이해하는가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생각 외로 저 기준을 충족하는 한국어 우수자가 많지 않다.


  우선 정확한 용법, 맞춤법, 띄어쓰기  어렵다. 너무 어렵다. 나만해도 참 많이 틀리고, 같은걸 계속 틀린다. 이건 평생 공부해야 하는 문제고, '맞춤법 검사'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올해 2학년을 가르치고 있는데, 받아쓰기 정말 어렵다. 때때로 나도 정답이 뭔지 헛갈릴 때가 있으니... 이 부분은 딱히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냥 꾸준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이제 남은 부분은 어휘력, 표현력, 이해력이다. 표현력 향상에 효과적인 건 단연 일기 쓰기다. 초등학교 과제에 꼭 일기 쓰기가 있었던 것은 그만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인권 문제로 일기 쓰기를 숙제로 하고,  검사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나만해도 더 이상 일기쓰기를 시키지 않는다. 안타까운 점은 일기 쓰기를 대체할 학습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일기 쓰기혼자 쓸 때보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쓸 때,  교사의 첨삭 및 교정이 있을 때 교육적 효과가 크다. 그게 일기인지는 의문이지만, 우리는 훌륭한 도구를 하나 잃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어휘력, 표현력, 이해력을 한 번에 키워주는 어마어마한 방법이 있다.  아는 방법, 바로 독서이다. 여기서 문제는 '무엇을 읽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순수한 한국어 학습을 목표로 한다면, 나의 선택은 동시집을 읽히는 것이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어휘와 표현법을 무수히 접할 수 있다. 동시만큼 효과적인 언어 자료를 난 아직 보지 못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문학동네 동시집을 사 모았는데, 이제 60권 정도 모였다. (꾸준히 동시집을 내주어서 문학동네가 너무 고맙다.) 먼저 아이들에게 1권의 동시집과 노트를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시를 읽고,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필사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많은 아이들은 짧은 시를 찾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짧은 시를 찾는 과정에서도 어쩔 수 없이  많은 시를 읽게 된다. 또한 1년이 지나면 자신이 고른 70여 편의 시가 적힌 노트를 갖게 된다. 자신만의 시집을 보물처럼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진짜 뿌듯할 때는 따로 있다. 다음 학년에 간 우리 반 애들이 '글을 잘 쓴다. 표현력이 뛰어나다.'라는 평을 들을 때이다. 시간의 힘은 위대하다. 누적된 시간은 상상 이상의 힘을 보인다.


  나는 권하고 싶다. 아이가 있다면 동시집을 사서 같이 읽으라고, 선생님이시라면 동시를 읽고 쓰게 하라고. 아이가 당장 좋아하진 않을 수 있어도, 아이의 미래에는 큰 선물이 될 거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