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데 어느 정도 재능이 필요하고, 노력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영원한 질문, 난제 중의 난제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노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나는 속지 않겠다. 그들은 찬란한 재능을 가지고 노력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재능이 1도 없는 분야는(나의 피아노 같은) 정말 노력해도 안 된다. 각자 그런 분야 하나쯤 있지 않나. 정말 답이 없다. 피아노 치는 내 왼손이 그렇다. 오른손은 잘 치는데...
일단 예체능은 재능이 있어야 한다. 빛을 보느냐 못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학부터가 힘들다. 체육 특기생으로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려면, 일단 체격 조건이 월등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기술이 좋아요, 경기 운영을 잘해요, 다 필요 없다. 안 뽑는다. 그러한 신체 조건, 다 재능이다. 음악, 미술, 연기, 거진 비슷하다. 찬란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 중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사람들이 살아남는 무대, 그게 예체능계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반론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내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사람들이 예체능은 재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공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상하게 공부라는 분야에서는 재능의 중요성을 낮게 본다.
물론 우리가 공부라고 하는 영역은 매우 넓다. 언어, 수학, 외국어, 과학, 사회과학, 각 영역은 다른 지능과 재능을 요구한다. 언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 수리적 능력이 뛰어난 학생, 각자 다 다르다. 또한 수리 안에서도 함수나 기하 등 개개인이 강한 분야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다 어느 정도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또 공부는 앉자 있는 시간을 매우 강조한다. 오래 앉아 있으면 해낼 수 있다는 환상이 있다. '난 3시간 잤어. 해 봤어? 하면 돼.'라는 학원 강사들의 유튜브 쇼츠를 종종 보게 되는데, 난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묻고 싶다. '넌 돌머리로 살아봤니?'
솔직히 나도 머리가 좋은 편이다. 자랑이 아니라 나 스스로 좀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부끄러운 고백이랄까. 우선 부끄러운 점은 주어진 재능에 비해 노력을 많이 안 했다는 점이다. 시험이나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치열하게 이 악물고 했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좀 해 보고 잘 되니까 적당히 한 감이 있다. 이건 조금 부끄럽다. 성격도 타고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나.
진짜 부끄러운 점은 공부 못 하는 것을 재능이랑 연결 짓지 못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단순히 노력을 안 한다고만 생각했다. 진짜 솔직한 마음은 그런 거였다. '좀만 노력하면 될 텐데 왜 재들은 그것도 안 하지?' 얼마나 재수 없는 생각이란 말인가. 부끄러움이 밀려든다.
십몇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쳤고, 이제 내 아이를 가르쳐 보니 명확하게 알겠다. 공부도 재능이다. 오래 앉자 있을 수 있는 것도 재능이고 다 재능이다. 공부도 재능빨이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같은 것을 이해하고, 습득하는데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많이 차이 나는지 모른다. 의욕이 없고 노력을 안 하는 문제도 있지만, 애초에 어렵고 힘들어서 의욕이 없을 수 있다. 수학 문제가 술술 풀어지면 재미있고 신나겠지만, 한 문제 한 문제 고민스러운데 무슨 의욕이 생기겠는가. 애초에 서로 다른 종목을 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공부도 재능임을 인정하자. 공부도 예체능만큼 재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애가 공부를 못 한다고, 꼭 의지가 약하고 노력을 안 한다고 볼 수 없다. 안 되는 걸 어떡하나. 다른 걸 찾아야지. '내가 뛰어난 재능, 좋은 DNA를 안 줬나 보다. 미안하다.' 해야지.
물론 아직 우리나라에서 대학 진학 후에 자기 분야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니 자신의 아이가 나아갈 분야에서 원하는 최소 학력만은 어떻게든 맞춰보자. 대학 졸업장이 크게 필요 없는 분야라면 과감하게 접을 건 접자.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공부 못 한다고 구박하지 말자.
안 하는 이유는 잘 안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