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인 나에게 종합생활기록부, 생기부에 종합의견(행동특성종합의견)을 쓰는 일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뭔가 좋은 말을 써줘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친구 관계가 좋고, 글쓰기를 잘하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온갖 좋은 말들을 막 써준다. 써주는 나나, 읽는 학부모나 우리 아이를 미화해 주셨군 하고 넘어가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느 해인가 한 학부모가 내가 묻기 전까지는.
“선생님, 글쓰기에 재능을 보이며라고 써 주셨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하하하. 전반적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걸 잘하던데요.”
…라고 말은 했지만, 그냥 한 소리다. 초딩이 글을 잘 쓰면 얼마나 잘 썼겠는가. 작가를 진로로 하는 건 어떤지 묻는 그분에게 나는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 모든 게 TV에 나오는 유명한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지껄인 탓이다.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서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따위의 그런 말 말이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보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죠.’ 그럴듯한 말이다. 참 맞는(?) 답이다. 그래서 아니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내가 해보겠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뭔가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는가? 이런 점이 좀 괜찮은 거 같은데 정도 말고, 난 이런 점이 완전 훌륭해, 뛰어나 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난 없다. 난 글을 좀 잘 쓰는 것 같고, 그림도 좀 그리고, 사진도 좀 찍고, 부지런하고, 계획도 잘 세우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하지만 경쟁 우위에 있는 장점이나 특기를 찾으라면… 없다. 우리는 보통 그런 정도의 장점이 잘 없다. 그게 사실이다. 위에서 말하는 보물 같은 장점은 어떤 장점을 오랜 시간 갈고닦았을 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냥 찾을 수 있는 것 따위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그렇게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땅땅땅. 마찬가지로 우리의 자녀들도 그런 재능 같은 거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평범하다. 우린 모두 평범하다. 만세!
다시 돌아가서 그러니까 찬란하게 빛나는 재능 같은 거 찾으려고 하지 말자. 우리는 수많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 장점들을 찾아서 좀 더 나아지게 개선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그림에 재능이 있나, 글을 보면서 글에 소질이 있나, 기웃거리지 말라는 말이다. 그냥 ‘그림에 좀 소질이 있는데, 좀 더 그려볼래?’, ‘글 쓰는 거 좋아? 재밌어?’ 이 정도로 접근하는 게 딱 맞다.
“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야.” “넌 특별하단다.”
맞는 말이다. 내 자식이니까 나한테 그렇다는 거다. 다른 사람에게 그렇지는 않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넌 ‘나한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이고, ‘나한테’ 특별한 존재이다. 난 ‘평범한’ 너를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