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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바람이 분다, 가라

소설의 방식을 부수면서, 동시에 소설의 육체를 가지고 삶을 향해 던지는

by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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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소설이다.

그의 글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시에 가깝다



이 책에 대한 강계숙 평론가가 쓴,

"작가 한강은 과거의 경험이 현존의 뿌리라면, 그 뿌리의 어둠이 현재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를 이야기한다"의 한 문장을 읽고 책을 골랐다. 그의 문장과 저 서평이 지금 내가 묶여있는 삶을 조금은 대변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인주가 죽었다.

정희는 친구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 자신이 각색한 이야기로 인주의 평전을 쓰려고 하는 미술평론가이자 교수인 강석원에 맞선다. 친구의 죽음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인주가 그동안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녀가 남긴 흔적을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알았던, 혹은 자신이 전혀 알 수 없었던 친구의 상처, 가족사, 그를 아는 지인들을 마주한다.

정희가 알고 있는 인주와 너무도 다른 인주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소설의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지만

한강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의 심리와 불안은

읽는 이의 가슴에 너무 가깝게 밀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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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가족관계, 가난, 무거운 책임감, 결핍과 상실, 좌절과 실망의 경험들이,

삶에 가까이에 있던 타인의 아우라와 겹쳐져

삶의 한 귀퉁이를 끌고 간다.

때때로 그 힘은 자신을 집어삼키고, 존재를 뒤흔든다.

버텨내지 못하면 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한강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의 고통이 너무 깊다

그의 글은 너무 힘이 든다.



#한강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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