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깊어질수록, 나는 빛을 믿기로 했다.”
제주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껌껌한 어둠이 낯설고 적응되지 않아 쓸쓸한 마음으로 지인의 저녁 초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멀리서 별 하나가 반짝였다. 그 작은 빛이 마치 나 같았다. 애써서 빛나려고, 빛을 쥐어짜듯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 별에게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그래… 얼마나 힘이 들었니?” 입 밖으로 나온 그 한마디에 눈물이 맺혔다. 별이 요동치듯 떨려 보였다. 내 눈물에 비친 별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그때부터, 별이 나를 타이르기 시작했다.
“얘야. 우리는 몇백억 광년이나 계속해서 빛을 내고 있어. 그런데 다른 별이 빛을 낼 때, 그걸 알아차리고 잠시 숨을 깊게 들이쉬고 우리의 빛을 멈춘단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나는 숨을 멈춘 듯 그 말을 들었다. “우리는 다른 별의 빛남을 위해 잠시 어두움이 되는 거야.” 별이 이어 말했다. “너도 빛에서 온 존재인 걸 잊었니?” 나는 그제야 오래전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 아주 환하게 웃으시며 떠났던 장면을 떠올렸다. 다섯 살의 나는 그것이 마지막 인사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야 안다. 그건 빛으로 돌아가는 존재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너는 빛에서 태어나 빛으로 살고, 다시 빛으로 돌아올 거야.” 별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환영이 아니란다. 빛으로 태어난 자는 빛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어.”
별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잊지 마. 너는 우리처럼 항상 빛나고 있어. 그리고 잠시 숨을 들이쉬고 어둠이 될 때, 우리가 너를 기억할게. 너도 우리를 잠시 기억해주겠니?” 그토록 빛나려 애쓰던 마음이 순간 멈춰졌다. 숨이 차도록 안간힘을 쓰며 빛나야만 한다고 믿었던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빛이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더 밝아야 한다고, 더 오래 타올라야 한다고 자신을 짜내던 그 시절이 이제는 고요히 저물어간다.
어둠 속에서 별에게 말을 걸며 나는 알게 되었다. 진짜 빛은 애써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깃드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이제는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 빛을 쥐어짜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꺼진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빛을 위해 숨을 들이쉰 것뿐이니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자신의 어둠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별은 말없이 다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빛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어두움은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제 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기꺼이 어두워지는 존재라는 것을. 그 어두움은 소멸이 아니고 사라짐이 아니며, 자기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더 잘 빛나게 하기 위한 가장 다정한 방식이었다.
그렇게 별은 나를 타이르고, 나는 그 타이름 속에서 내 안의 어둠과 화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그날 밤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토록 외로워 보였던 어둠은, 실은 나를 품고 있었다. 기억하고 있었고, 내 안의 슬픔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고요한 어둠 속에 별 하나쯤은 반드시 떠 있고, 그 빛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오늘도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내가 빛을 잃으려 할 때마다 그때의 그 큰 별을 떠올린다. 그 별은 내가 멈추고 있을 때도 나를 기억했고, 내가 어두워질 때도 나를 놓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살아 있는 한, 누군가를 위해 다시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의 별은 지금도 내 안에 있다. 내가 다시 길을 잃을 때면, 언제든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속삭이며. 그 반짝임은 멀리서도, 어둠 속에서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나도, 그 빛을 다시 기억해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