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푸기를 매일하며 할아버지 생각을 한다
밥솥에서 밥을 푸는 법
엄마는는 밥솥 뚜껑을 열기 전
항상 잠시 손을 모으셨다.
어느날 내가 묻자
할아버지께서 직접 밥을 푸시며
나를 가르치셨다
기도처럼 조용히,
입술은 굳게 다물고
눈은 밥솥 안쪽을 잠시
마치 어머니 자궁을
들여다보듯 바라보셨다.
그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나에겐 길고도 신성하게 느껴졌다.
“경화야,
밥은 뜨는 게 아니라,
퍼올리는 거란다.”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허겁지겁 파헤치면
밥알들이 숨이 막히거든.
밥도 사람처럼
질서를 지켜야 고운 거야.”
나는 작은 손에 주걱을 쥐고
어설프게 밥솥을 파내듯 푼 적이 있다.
그때 할아버지는 말없이
밥솥 옆에 앉아 계셨다.
그러곤 주걱을 건네받아
밥의 결을 따라
안쪽에서부터 바깥으로,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천천히 퍼올리셨다.
“밥은 이렇게 퍼야 해.
속이 먼저 숨을 쉬게 해주고,
겉에 있던 것도
안으로 들어가 섞이게 해야지.”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순간
나는 무언가를 배운 듯했다.
말로는 다 알 수 없고
행동으로 전해지는 것.
그건 밥 짓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순서였다.
어른이 된 지금
나도 가끔 밥솥 뚜껑을 열며
할아버지처럼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가장자리부터 조심스럽게
밥알들을 퍼올린다.
밥 한 숟갈이
누군가의 하루가 되고
어쩌면, 삶의 전부가 되기도 하니까.
밥을 푸는 일은
그저 식사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누군가를 대접하는
마음의 모양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는 그런 마음을
주걱 끝에 실어
한 그릇, 한 그릇
세상에 건네셨다.
“경화야,
밥은 나눌수록
복이 되는 거란다.”
이제는 그 말마저
밥처럼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