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고기는 왜 이렇게 오래 씹어야 해?”
나는 고기를 입에 넣고 세 번도 안 씹고 삼키려다
목구멍이 매캐해져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할아버지는 웃음을 꾹 참으며 은수저를 내려놓고 말씀하셨다
“경화야, 고기는 말이지
그 짐승이 들판을 뛰던 마음이
살 속에 남아 있는 음식이란다”
나는 눈을 더 크게 떴다
"고기 안에 마음이 있다고?"
“그래. 그 마음을 함부로 삼키면
네 배 속에서 울지도 몰라
그러니까 고기는, 입 안에서 달래주는 거다
이를 한 번, 두 번, 스무 번쯤 놀려서
‘잘 왔다, 고마웠다’ 하고 보내주는 거지”
나는 조용히 고기를 다시 입에 넣었다
그 말이 너무 멋져서,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금니는 말이지, 그냥 이가 아니야
고마움을 기억하는 이빨이지
그래서 음식을 씹을 땐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씹는 거란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당신 것도 또박또박 씹으셨다
입술은 닫혀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어떤 기도문 같은 게
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고기를 제대로 씹을 줄 알게 되면
사람 마음도 함부로 삼키지 않게 될 거야
고기보다 더 질긴 게 사람 마음이거든”
그날, 나는 처음으로
고기를 오래 씹었다
그 고기는
입으로 삼킨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내려간 듯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날 밥상 위에 있던 된장찌개도
살짝 짠 듯하면서도 눈물 나는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