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술빵 찌던 날

점점 사라지는것들

by 마르치아







술빵이 익어가는 부엌은 조용했다.

뚜껑 사이로 피어오르던 김은

마치 시간을 데우는 것 같았고

나는 그 앞에서 눈만 깜빡이며 서 있었다.


“경화야, 이건 급하게 먹는 게 아니야.

김이 고르게 퍼지게 천천히 익혀야 해.

안 그러면 속이 설어.”


엄마는 그 말 끝에 술빵 하나를 접시에 올려주셨다.

막 쪄낸 술빵은 겉은 보드랍고

속은 따끈한 숨을 쉬었다.

술기운이 은은하게 퍼졌고

나는 그 숨결을 들이마시듯 입에 넣었다.


그날 저녁, 할아버지는 평소보다

일찍 상에 앉으셨다.

엄마는 따로 빼놓은 술빵 두 개를

따뜻한 수건에 싸서 내게 건넸다.


“드릴 때는 수건 채로 드려.

식으면 냉기 들어서 속이 안 좋아져.”


나는 수건을 조심스레 펼쳤고

할아버지는 빵을 바라보다가

내 눈을 보며 웃으셨다.


“이거, 엄마가 정성들였구먼.

경화야, 술빵 냄새 맡아봐.

이게 사람 냄새지.

세상 살면서 이런 냄새 나는 집이면,

괜찮은 집이야.”


할아버지는 술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잠시 씹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네 엄마 솜씨는,

밭 갈던 내 손등보다 더 단단하고 부드러워.

이 술빵은 속이 안 설어.

사람 마음도 이렇게 쪄야 해.

천천히, 골고루 익도록.”


나는 그 말을 종이에 적어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땐 아직 한글을 다 몰랐고

대신 마음에 꾹 눌러 담았다.


할아버지는 두 번째 술빵을 손에 쥔 채

내게 조용히 말했다.


“경화야, 나중에 커서

이 술빵 냄새 나면,

이날 생각해라.

그럼 네 마음이 너무 지치진 않을 거다.”


세월이 흘렀다.

나는 어느 겨울날, 내 집 부엌에서

혼자 술빵을 찌고 있었다.


술을 조금 넣고,

찹쌀가루를 반죽하고,

한참을 기다린 후

찜기에 올려놓았을 때

익어가는 김 속에서

그 시절의 냄새가 피어올랐다.


순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 듯했다.


“경화야, 이거면 됐지.”


나는 찜기 앞에 쪼그려 앉아

그 술빵이 익는 동안

할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다섯 살짜리 나를

그릇 위에 조용히 올려놓았다.


익은 술빵을 수건에 감싸

내 찻잔 옆에 두고,

나는 입에 넣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나, 아직 안 설었어요.

속은 익었고, 마음은 따뜻해요.”


그날 술빵은

내가 나를 보살피는 방식이었고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이었고

멀리 떠나 계신 두 사람과의

조용한 겸상이었다.


지금도 가끔, 술빵을 찌는 냄새를 떠올릴 때면

나는 내 안의 부엌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엄마는 술빵을 찌고 있고

할아버지는 무릎을 탁탁 치며

“이거면 됐지.”

하고 웃고 계신다.


술빵은 단지 간식이 아니었다.

그건

살림이었고,

정성이었고,

기도였다.

그리고

나를 부드럽게 데우는

기억의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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