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는 말

밥 한끼의 소중함

by 마르치아





“경화야, 밥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해. 허겁지겁 삼키면, 밥이 속상하지.” 할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어 한 술을 입에 넣으셨다. 나는 아직 입에 밥을 넣지도 못하고 눈만 깜빡였다.


“근데 밥이 왜 속상해져?” 나는 물었다. 밥이 속상하다는 말이 조금 웃겼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씹는 걸 멈추지 않으시고, 손가락으로 내 밥그릇을 가리키셨다. “이 밥 한 톨 한 톨이, 다 어디서 왔는지 알아? 땅속에서 햇살 받고, 비 맞고, 바람 맞으면서 자란 쌀이야. 그 쌀을 농부가 허리 숙여 심고, 낫으로 베고, 또 찧고, 씻고, 그걸 네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 불 피워 지었지.”


나는 밥알을 내려다봤다. 반짝반짝 윤기가 도는 하얀 쌀알들이 왠지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이다, 밥은 혼자 오는 게 아니야. 많은 손과 수고를 지나서야 네 앞에 앉을 수 있지. 그걸 허투루 삼키면, 그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무시하는 거야.” 할아버지의 말투는 언제나 부드러운데, 그 안에 단단함이 있었다.


“밥 한 끼가 그냥 밥 한 끼가 아니구나.” 나는 입속에 밥을 넣고 꼭꼭 씹었다. 밥맛은 평소와 같았지만, 씹을수록 자꾸 생각이 났다. 엄마 손, 농부 손, 햇살, 바람…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할아버지의 손.


“그리고 말이지, 경화야. 밥상은 혼자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함께 먹을수록 더 따뜻해. 그러니까 누가 밥 같이 먹자고 하면, 그건 사랑하자는 말이야.”


나는 그 말을 마음에 꾹 눌러 담았다. 그날 이후, 누가 나를 밥 먹자고 부르면 나는 ‘네, 저 사랑받고 싶어요’라는 대답처럼 느껴졌다.


할아버지와 나, 둥근 밥상 앞에서 그렇게 밥을 먹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숟가락 소리만 오가는 그 조용한 풍경이 나에겐 가장 오래된 감사의 형상이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가끔 밥을 먹다 말고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말없이 밥을 씹던 그 눈빛, 한 숟갈에 담긴 수많은 고마움을 알려주시던 목소리. 그건 잔소리가 아니었고, 가르침도 아니었다. 그저 밥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사랑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밥 한번 먹자”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던져질수록, 그 말은 의미를 잃는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밥 약속은 공수표가 된다. 빈 그릇처럼. 그 말이 진심일 때만 밥상이 차려지고, 숟가락이 놓이며,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게 된다. 밥은 그렇게 마음이 머무는 곳에만 차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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