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씻기와 세번째 물

뜸들이기란

by 마르치아




쌀을 씻고

엄마는 마지막 세 번째 물을

버리지 않고 조심스레 바가지에 받아두셨다


“이건 찌개 끓일 때 쓰려고

쌀뜨물이 국물 맛을 부드럽게 해주거든”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물 위로 부유하는 희끗한 쌀눈을

한참 바라보았다


나는 그 바가지를 들여다보며

신기했다

그저 흘려보내는 물인 줄 알았는데

엄마는 그 안에서

또 다른 하루의 맛을 꺼내고 있었다


“이 물엔 햇살도 들었고,

쌀이 흙 속에서 자라난 시간도 담겼어

그걸 그냥 버릴 수는 없지”


엄마의 말은

물 위로 떠 있는 쌀눈처럼

내 마음 위에도 살며시 내려앉았다


바가지를 양손으로 들고

엄마는 냄비에 찌개거리를 넣기 시작했다

애호박, 감자, 대파,

그리고 조그맣게 썬 두부 한 조각


나는 손끝에서 생명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꼈다

엄마의 칼질은 소리조차 부드러웠고

모든 것이 정해진 자리를 찾아

냄비 속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뜨물이 들어가면 찌개가 탁해지지 않아

맑으면서도 깊은 맛이 나지

밥도 밥이지만

국 하나 잘 끓이는 게

집이라는 거야”


그 말은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아

시간이 흘러도

찌개를 끓일 때마다

나는 뜨물을 찾게 된다


세상은

버려지는 것들로 채워질 때가 많지만

엄마는 늘 말없이 보여주셨다

그 안에도 쓸모가 있고

마음이 담기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고


엄마가 받은 쌀뜨물 한 바가지엔

살림의 온도와

마음을 보듬는 방식이 담겨 있었다

뜨거운 불 위에 얹은 냄비가

서서히 끓어오르며

우리 하루를 데우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엄마가 그때 떠낸 뜨물 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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