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는 속도가 삶의 속도를 결정한다
급하게 밥을 먹지 마라
“급하게 밥을 먹지 마라.”
할아버지는 매번 그렇게 말씀하셨다.
다섯 살 경화의 작은 숟가락은
늘 할아버지의 커다란 손에 비해 빠르게 움직였고,
숟가락 위에 올린 밥알은
다 입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턱 아래로 떨어지곤 했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내 턱밑의 밥알을 조용히 훔쳐내며
나를 바라보셨다.
“밥은 말이다, 천천히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안다.
밥 한 톨 한 톨에도
햇볕과 비와 바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급하게 먹으면
그 소중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된단다.”
어린 나는 그 말을 잘 알지 못했지만,
할아버지의 깊고 고요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말이 무척이나 중요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늘 천천히 밥을 드셨다.
국을 떠서 드실 때면
작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맛을 음미하시고,
나물을 드실 때면
오물오물 몇 번씩 씹어
그 맛이 입 안에서 천천히 퍼지게 하셨다.
그리고 가끔씩 나를 향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경화야, 밥을 천천히 먹는다는 건
삶을 천천히 살아가는 것과 같다.
급하게 살다 보면
삶의 맛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버리고 만단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식탁 앞에서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린다.
밥 한 숟갈을 천천히 입에 넣을 때마다
그때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삶의 깊은 이야기를
한 톨씩, 천천히 맛보며 살아간다.
밥먹는 속도는 곧 삶을 살아내는 속도임을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
그때의 할아버지는 서두르지 않고 드셨다.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