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망♣

23화. 장기.조직기증희망등록증

by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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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으로 한 편의 우편물이 배달되어 왔다.

근데 그 봉투를 건네주는 집사람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 생각하던 차에 "당신! 장기 기증한다고 했나?" 이렇게 묻는 것이다. "어! 어떻게 알았어?" 말하면 하지 말라고 할까 봐, 그냥 했는데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물어보는 데, 깜짝 놀랐다. 분란을 일으키기 싫기도 하고 먼 훗날의 일이라 얘기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근데 범인이 이 우편이었다. 등록할 땐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인가? 기증한 사람에게 등록 카드를 준다는 안내를 보지 못했는데, 카드가 동봉되어 온 것이다.


집사람이 말 끝에 '실제 기증 시점 유가족 1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안내가 있다. 난 동의 못하니 그렇게 알아라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내가 기증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곤 카드를 보니 정확히 명시가 되어 있었다. 홈페이지에도 다시 들어가 보니 적혀있었다.


"아뿔싸" 이럴 줄 알았으면 등록하게 된 이유를 사전에 찬찬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을 텐데... 생각이 들었다.


집사람이 물었다.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거야?"

그래서 답했다. "건강하게 이 세상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 세상에 도움 되는 일 하나는 하고 싶다. 그게 이거라고 생각했다."

집사람이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그런 결정을 한다면 당신 기분이 마냥 좋거나 지지하겠느냐?"

나는 답했다. "나만 하면 된다. 당신이 할 필요 없다. 당신이 한다면 말려야지!"

집사람이 또 물었다. "내가 한다면 말릴 일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장례 치를 때 몸이 텅텅 빈 게 말이 되느냐?"

그래서 답했다. "여보! 요즘 법이 바뀌어 매장 못한다. 화장해서 묻는다. 우린 수목장 하면 된다. 그래서 있고 없고는 상관없다."

집사람이 답했다. "..."


건강한 삶을 살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대가 없이 기증하는 것으로 이 세상 가장 고귀한 나눔이라는 캠페인 문구에 적힌 송구한 뜻으로 한건 아니다. 다만 한 명의 뇌사 장기기증자는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리게 되며, 인체조직기증으로 최대 100명의 환우가 생명을 유지하고 삶의 질이 향상됩니다.라는 사실에 마음이 동했다. 사회의 일원으로 무탈하게 살다 가게 되는 날, 이런 작은 베풂 정도는 하는 게 이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해도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때 살짝 겁났다. 이유는 이걸 등록한 후에 바로 사고가 나면 어떠지?라는 걱정이었다. 또한 지금 살아있는 데 장기를 적출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니 좀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도 하고 싶었다. 이 세상 가는 날 뭔가는 남기고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쓴 책 몇 권, 내 몸"이었으면 한다. 이 생각이 끝까지 변함없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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