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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Jun 21. 2024

부모와 학부모 사이에서

부모 vs 학부모  

2011년 11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고3학생이 그해 3월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 시신을 8개월이나 내버려 둔 사건이 드러나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학교에서는 별 탈 없어 보이는 모범생이 패륜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어머니의 학대였다. 사흘이나 잠을 못 자게 하며 공부만을 강요했고,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며 밥도 굶기며 책상 앞에 잠깐 졸았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200대를 때렸다.

실제 이 학생은 전교 1등은 아니었다. 고1 때부터 성적이 떨어지자 어머니 몰래 성적을 고치기 시작했고 결국 전 과목 100점에 전교 1등으로 성적을 조작했지만 어머니는 만족하지 못했고 매의 강도와 빈도를 높여갔다.  

어렸을 때는 회초리로 맞았다면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알루미늄 노가 찌그러지도록 맞았고, 5~6학년은 대걸레 봉,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로 맞았다고 한다. 이 학생이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는 20년 교육 플랜을 짜놓고 시작했다고 하니 이 학생은 본인이 트루먼쇼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이 학생은 친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부모는 멀리 보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만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부모의 역할은 평생인 반면 학부모의 역할은 초등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딱 12년이다.

때문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가 된 부모들은 12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아이와 내가 힘을 모아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내 자녀의 인생이 좀 잘 풀리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시작되면서 부모보다는 학부모의 역할에 비중을 높이게 된다.


이 학생의 엄마 역시 딱 12년만 같이 고생해 보자고, 조금 힘들겠지만 서로 노력해서 이 시기를 잘 보내보자고 마음속으로 대되이면서 자식을 위한 것이라며 스스로 위안하면서 끔찍한 체벌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 것이다.


부모가 양육의 개념이라면 학부모는 코치의 느낌이 강하다.

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아이의 판단도 바뀌게 된다.


착하고, 배려심 많고, 마음이 따뜻한데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부모로서는 참 예쁜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이고,  까칠하지만 자기중심적이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부모로서는 밉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울 것이다.


<스카이 버스>라는 책에서 부모와 학부모는 3가지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는 '기간'이 다르고,

둘째는 '목표'가 다르고

셋째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제 부모의 역할에 좀 적응할만하면 금세 학부모가 되어 아이 공부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혹시 나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 때문에 아이의 미래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부모와 학부모는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이 두 역할의 경계를 오가는 부모와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부모와 학부모 역할 모두 중요하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버리는 게 아니라 부모의 사랑으로 아이를 믿고, 지지하고 학부모의 관점으로 아이를 뒷받침 해줘야 한다.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아이를 위한 일일까? 부모를 위한 일일까?


결과만 중요한 거라면 그 과정은 즐겁지 않더라도 무조건 인내하고 참아야 하는 것일까?

부모의 만족을 위해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한다면 그 아이는 많이 괴로울 것이다.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부모는 자식에게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서울대를 입학했지만 자녀는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부모가 원하는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수 있다.


진실로 내 아이의 행복을 원한다면 부모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독려해 주고,

실패를 겪게 되더라도 지지하고 응원해 주며,

부모와 아이 모두 성장하는 기쁨을 함께 느끼며,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으며,

다시는 오지 않을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며  

부모의 만족이 아닌 아이의 궁극적인 행복을 바라야 한다.


가끔 우리는 아이를 성적으로 평가한다.

성적이 좋으면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한 것이고,

성적이 나쁘면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이가 내 부모를 돈으로 평가를 한다면?


리 부모가 여유롭고 내게 물려줄 재산이 많으면 성실하게 살아오신 거고,

우리 부모가 여유롭지 않고 내게 물려줄 재산이 없다면 게으르게 살았다고 할 것인가?


엄청 많은 노력을 했지만

공부머리가 없어 성적이 안 나올 수도 있고,


엄청 부지런하게 일을 했지만

모아놓은 돈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어떻게 하든,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던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뜻을 나타낼 때 대표적으로 쓴다.  

나는 내 아이가 서울에 가고 싶어 한다면 서울에 가는 동안 사람들도 구경하고, 하늘도 보고, 꽃과 나무도 보고 또 길을 잃어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좀 늦더라도 스스로 해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서울에 가는 동안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일상을 알고, 내 아이가 길치인지, 꽃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하고,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잘했다고 기뻐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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