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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Jun 14. 2024

나는 휘둘리지 않고 수비형 엄마가 되기로 했다

공격형 엄마 vs 수비형 엄마 

얼마 전 엄마 역할에 대한 부담감으로 번 아웃이 왔었다. 


요즘 코칭 맘들이 대세가 되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아이가 뒤쳐질 거 같은 불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이것저것을 시겼는데 내게 돌아온 대답은...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요”였다.      


“책 읽는 게 엄청 중요하다더라. 학교에서 독서시간에 책은 읽고 있지?”

“매일 최소한 연산 두 페이지씩은 풀어야 하는 거 알지?”

“영어 온라인 강의는 들었니?”

“학원 숙제는 했어?”

“한국사랑 세계사는 계속 읽고 있는 거지?      

......   

  

아이와 나의 대화를 천천히 생각해 보니 소소한 일상의 대화보다는 무미건조한 학습 이야기였다. 

24시간 중 아이와 내가 오롯이 마주 하는 시간은 몇 시간이나 될까? 


아이에게 해야 할 거를 말해주고 확인하는 과정도 내게는 스트레스였다. 

또 내 아이는 아이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최근 엄마 역할을 강조하는 수많은 코칭형 엄마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요즘 대세인 공격형 엄마가 되려고 나름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격형 엄마 vs 수비형 엄마 


<엄마 심리 수업 2>에서 윤우상 저자는 엄마를 공격형 엄마와 수비형 엄마로 나누었다. 

공격형 엄마는 액션을 하는 엄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지금 출간되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 엄마들이 대부분 공격형 엄마다.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계획을 빽빽하게 세우고 실천을 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다면 수비형 엄마는? 리액션을 하는 엄마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는 엄마가 아니라 하는 것을 말리지 않고 뒤에서 받쳐주는 엄마다.      


최근 좋은 엄마의 모델로 나오는 타입은 대부분 공격형 엄마다. 왜냐면 수비형 엄마 스타일을 강조하는 육아서는 구체적인 액션이 필요가 없으므로 쓸 내용이 없을 것이고 구매까지 이어지기가 힘들어 인기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공격형 엄마가 대세가 되면서 나 같은 수비형 엄마들도 공격형 엄마처럼 되어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내 기질은? 내 성향은? 


어릴 때, 공부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공부하기가 싫어졌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잔소리라고 느껴지면 기분이 나쁘다. 


잔소리, 그리고 지시받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내가 유독 코칭형 엄마의 자녀교육서를 보면 힘들었던 이유를 알 거 같았다. 

몸에 맞지도 않는 공격형 엄마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뭘 애써 하려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잘하고 있는데 굳이 여기에 더 뭔가를 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자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를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엄마로 취급할까봐 아이에게 이것저것을 시키게 되면서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함을 느꼈고 결국, 너무 불편해 숨이 안 쉬어지는 경지까지 온 것이다. 

그게 번 아웃이었다. 

     

당장 입고 있던 그 옷을 던져 버렸다.

너무 홀가분했다.      

나와 같이 수비형 엄마 스타일은 과감하게 공격형 엄마의 스타일을 버려야 한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읽었을 당시에는 별 내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책처럼 아이에게 뭘 어떻게 시켜라 이런 내용이 없는 것도 좋았고,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만큼 자라기 때문에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끝까지 아이를 지켜보는 일뿐이라는 것도 좋았다. 또한 공부 잘하는 아이로 크기만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도 좋았다. 


나 역시 지금 배우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배우고 있는 중인데 정말 너무 행복하다. 


얼마 전에는 글쓰기 수업을 들었는데 사실, 개강 전날까지도 갈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지 않으면 계속 고민만 할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갔는데 정말로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수업을 듣고 배움의 용기가 생겨 이어서 미리캔버스 특강도 들었었고, 오늘은 유튜브 영상 편집에 대해 배우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엄마, 배우고 싶은 게 생겨서 학원에 다닐 거야"라고 했을 때 아이들의 토끼 같은 두 눈을 잊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가 

"엄마 대학교 갔잖아? 근데 왜 공부해?"라고 하는 게 아닌가. 풉... (대학이 공부의 끝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배움에는 끝이 없어. 그리고 엄마 맨날 집에만 있다가 이렇게 공부하니까 너무 행복해."


나는 내 아이가 나보다 훨씬 뛰어나길 바란다. 아이가 내 손바닥 안의 공부, 내 손바닥 안의 독서, 내 손바닥 안의 자유 속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내가 번 아웃이 오게 된 것도 내가 아이의 공부 코치가 되는 순간이었다.     


혹시 나와 같은 수비형 엄마라면 공격형 엄마를 너무 따라가려고 애쓰지 말고, 아이를 믿고 조용히 뒤에서 바라보며 엄마가 필요한 순간을 기다려보자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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