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고 폭염주의보가 연일 발생할 때에는 사람도 지치고 고달프지만 길 위에 사는 동물들도 그렇다. 특히 인간의 울타리 안에 살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하는 고양이들에겐 더욱더 팍팍한 삶이다.
더울 때는 맨 몸으로 더위를 견뎌내야 하고 온갖 질병들과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봄에 태어난 아기 고양이들에겐 혹독한 계절이다. 네 마리가 태어났지만 한 마리씩 사라진다. 까미도 처음에는 네 마리를 낳았으나 지난달엔 세 마리를 데려가는 것을 보았고 지난주에는 두 마리만 데리고 와서 급식소에서 밥먹이는 것을 봤다. 갈색 얼룩이도 세 마리의 세끼를 봤는데 두 마리만 보이더니 이 주 전부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회갈색 얼룩이도 노란색 귀염둥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둘 다 기운 없이 나타나 급식소 주변 그늘에서 길게 늘여질 뿐 사료도 잘 안 먹는다.
추워도 문제다. 한파가 몰려오는 다음날이면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어린 고양이들이 겨울을 넘기기 어렵다. 어쩌다가 구석 한 곳 또는 문 앞에서 얼어 죽은 모습을 보게 된다.
어찌 보면 더운 여름이 겨울보다 지내기 낫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은 5~6월이나 그렇다. 한 여름에는 냥이들도 각종 벌레와 병균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알 수 없는 상처를 입어서 고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자주 본다. 어떤 고양이는 이마 위에, 어떤 고양이는 목 뒤쪽에 벌건 속살과 함께 피고름이 고여서 돌아다닌다. 까미는 두 번의 큰 피부병으로 고생을 했었다. 애꾸는 지난겨울에 걸린 감기로 아직까지 큭큭큭 하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기운 없이 다닌다. 마음 같아서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싶지만 녀석들은 나의 손길을 거부하고 도망가니 어쩔 수 없다. 여러 차례 녀석들을 포획해서 치료를 해 주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심지어 피부에 바르는 연고를 사서 발라주려 했지만 예민해진 녀석들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아 비싼 연고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생각해 낸 것이 고양이용 항생제를 사서 닭가슴살과 섞어서 주는 것. 그러나 매일 줘도 높은 습도와 기온으로 잘 낫지 않는다. 허피스라는 고양이 감기 걸린 애꾸 녀석이 안쓰러워 몇 주째 약을 먹였지만 소용이 없다.
덥다 보니 고양이들도 물을 자주 마시기 때문에 많이 줘야 한다. 그러나 기온이 높다 보니 물에 이끼도 잘 껴서 일일이 닦아준다. 쪼그리고 앉아 사료그릇도 닦고 물그릇도 닦아 물을 채우고 일일이 약도 먹이다 보면 온몸과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래도 이렇게 해 줘야 조금이라도 고양이들이 길 위의 삶을 버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신경 써서 해 준다.
더우나 추우나 온몸에 덥혀있는 두꺼운 털옷 한 벌로 지내야 하는 길고양이에게 길 위의 삶은 무엇일까?
가진 것이 없기에 더 고달플 수밖에 없는 삶, 피할 곳도 기댈 곳도 없기에 길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맨 몸으로 맞닦뜨려야 하는 삶, 그러함에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맨몸으로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길고양이들의 지치고 상처 입은 삶은 무엇으로 위로가 될까? 아니 위로 있기나 할까?
불현듯 나 또한 냥이들처럼 길 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홀로 견뎌내는 삶, 어쩌면 길 위에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뎌내는 삶인 것 같다.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한다는 것에서 나는 이들과 짙은 동질감으로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