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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

by allen rabbit

새로 작업실을 옮긴 곳은 삼각지다. 오래전부터 숙대입구에서 삼각지 그리고 신용산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에 작업실을 구하고 싶었다. 예전부터 이 동네가 왠지 끌렸다. 조용하고 고즈넉해 보였고, 무엇보다 이곳에 작업실을 구하면 출퇴근할 때 매번 한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4호선 전철을 타고 잠시 한강을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은 정말 좋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날이 화창하면 화창해서, 내가 우울하면 우울해서, 기쁘면 기뻐서 좋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는 건 쉽지 않았다. 번번이 실패하다가 운 좋게도 올여름 드디어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삼각지는 용산공원 뒤편의 손바닥만 한 동네다. 개발 제한 때문인지 높은 건물이 없어서 골목에 서면 시원하게 열린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신용산 쪽으로 내려갈수록 젊은 사람들이 찾는 힙한 가게들이 많고 삼각지 사거리로 올라갈수록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들이 많다. 그래서 저물녘 신용산쪽에서 삼각지로 걸어 올라가면 이곳을 찾은 주당들이 부터 20대 젊은이에서 60대 중년으로 변하는 재밌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삼각지 어느 골목>

그렇게 오래된 골목의 새로운 가게들과 이곳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있는 이 동네가 난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언제나 한강과 하늘을 볼 수 있는 건 행복한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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