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코로나로 온 가족이 모이는 일이 없었다. 명절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는 제사도 제대로 지내지 못했다. 얼마 전 할아버지 제삿날 어머니는 이제 제사를 줄이자고 말씀하셨고, 아버지는 다음 해부터는 추석과 설날 차례만 지내자며 동의를 하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76년이 된 할아버지의 제사를 이제는 지낼 만큼 지냈다며 담담히 말씀하셨다. 그렇게 갑자기 올해가 우리 집안에서 제사를 지내는 마지막 해가 됐다. 2년 전보다 훨씬 간소해진 제사상을 차리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들 삼 형제만 모여 인사를 올렸다. 아버지가 잔에 술을 올리고 있을 때 어머니가 제사상 앞으로 기어와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화들짝 놀란 아버지가 말했다.
“어허. 이 사람 지금 뭐하나? 지금 절할 때가 아닌데.”
“아버님. 죄송합니다. 올해가 마지막 제사상이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말해. 말해.”
그제야 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챈 아버지가 머쓱하게 말했다. 어머니에게 오늘은 오십 년 넘게 차려 냈던 시아버지의 마지막 제사였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지막 소회는 죄송합니다. 였다.
할아버지는 아버지도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얼굴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나는 어린 시절 힘들 때마다 할아버지에게 절을 하며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속삭이곤 했다. 그때는 제사가 없어질 수 있으리라고 정말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이제 거짓말처럼 이 모든 일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