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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두와 아기호두의 시

맹현 수필집

by allen rabbit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다. 첫장을 펼치면 마치 작가의 집 현관으로 성큼 발을 내딛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기 자두와 아기 호두가 소란을 떨며 집안을 내 달리고 그 뒤를 치우며 엄마 자두가 간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모두 알만한 이야기. 그러고도 지나고 나면 잊고 마는 것들은 아이들이 쓰는 말들이 얼마나 재밌고 속 깊은가 하는 것들이다. 그 얘쁘고 앙증맞으며 사랑스러운 말들을 작가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줍줍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 말 줍줍 에세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들은 온갖 방식으로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공모전에서 떨어져 낙담하고 있는 엄마에게 아기 자두는 길을 잃었냐고 묻는다. 엄마 자두가 그렇다고 하자 아기자두는 말한다.

“엄마. 혼자 가면 어떡해. 같이 가야지!”

어린 자두와 어린 호두. 그리고 엄마 자두의 뒤를 따라 이 가족의 면면을 탐험하고 나면 저절로 흐믓한 미소가 지어진다.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은 또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한강의 시에는 엄마가 시도때도 없이 우는 갓난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이야기가 있다. 엄마는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왜 그러니? 어디가 불편하니? 계속 묻는다. 하지만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시인은 문득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

이 책의 작가도 육아의 고단함과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걱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아이와 다투고 부대끼는 속에서 작가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쉿! 비밀인데 엄마는 너희가 키우는 거야.”

아이들의 기발함과 생동감. 그리고 가슴 한가득 사랑을 품은 육아 일기.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들은 모두가 공감할 내용.

너무너무 재밌고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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