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nuCHO Mar 19. 2024

제7화_출근하지 않는 일상(日常)이 시작되다

대기업 임원의 아름다운 퇴임과 부활 이야기


이른 아침 눈이 뜨져 시각을 확인하였다. ‘05:30’

알람이 울리지 않았지만, 아직 내 몸이 기억하고 있다.

언제까지 갈까?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지금, 시계를 쳐다보면 오히려 시계가 나에게 묻고 있는 것 같다.

‘나와 하루 종일 어떻게 지낼 건데?’

 

회사 다닐 때, 평일에는 이른 아침 출근하여 저녁 모임까지 회사 일과의 연속이었고 주말 골프 모임도 업무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아 내 시간의 대부분이 회사와 함께 돌아갔었다.

 

출근하지 않는 지금부터는 일주일 내내 남아도는 시간이 두렵다. 출근하지 않는 회사원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뭘 하지?’, ‘어디를 가지?’

 

일단 B대표의 조언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3가지 세팅을 하기로 했다. 그래야 어느 정도 마음이 놓여 당분간 Refresh 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력서 작성 하기

- 서치펌에 이력서 등록하기

- 규칙적인 생활 패턴 유지하기


이력서 작성 하기

 

회사 HR팀에 요청하여 나의 발령 및 경력사항과 경력사원 채용 시 제공하는 이력서 양식을 받아 나의 이력을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회사의 이력서 양식이 너무 오래된 탓일까?

 

괜찮은 이력서 양식을 찾기 위해 주요 서치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BP사에서 올려놓은 이력서 샘플이 마음에 들었다. 내용은 같지만 스타일이 다른 양식들 중 선호하는 스타일의 이력서 양식을 다운로드하여 이력서를 작성해 나갔다.


입사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경력들을 기입하다 보니 시간의 빠름과 치열했던 나의 직장 생활들이 새삼 떠오른다. 더불어 나의 경력을 인정하여 나의 시간과 노동을 사 줄 곳이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서치펌에 이력서 등록 하기

 

회사 HR실장에게 우선 연락하였다.

“상무님. 회사가 경력 채용 시에 의뢰하는 주요 서치펌 리스트와 담당자 연락처 좀 알려 주세요.”

“네. 전무님. 정리하여 보내드리고, 서치펌에도 연락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받은 리스트에 있는 5명의 헤드헌터들에게 이력서를 첨부하여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 본문에 간략히 자기소개를 하고 잘 부탁드린다고 하였다. 회사 HR실에서 미리 연락해 준 덕분에 5명 모두 지체 없이 답신을 주었다. 서치펌에는 HR실이 甲(갑)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온라인을 통해 주요 서치펌 회사들을 찾아가 회원가입 후 5곳에 이력서를 등록하였다.


이메일로 보낸 5곳 · 온라인 등록 5개, 모두 10곳에 이력서를 등록하고 나니 뭔가 곧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뿌듯하였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그 이야기는 뒤편에서 소개한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 유지하기

 

직장 생활에서 이탈한 사람들의 가장 큰 두려움 중의 하나가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없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오다가 막상 맞닥뜨리니 당황스럽다.

 

몇 개월 동안은 집에서 뒹굴면서 보낼 수도 있겠지만, 30년 동안의 생활 패턴이 빨리 무너져버릴 것 같다. 새로운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회사에 다니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무너져서는 안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생활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도서관으로 출퇴근하기로 하였다. 집 근처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대형 도서관을 나의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장소로 정했다.

 

처음 이용하게 되는 도서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방법을 확인하였다. 경기도 거주자는 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고, 자료실은 09~22시 · 열람실은 08~24시까지 이용 가능하였다.

 

회원 가입 후 다음날부터 바로 도서관으로 출근하였다. 우리나라 지자체 도서관이 이렇게 잘 되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흐뭇함과 함께.

 

도서관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일정한 생활 패턴을 만들어 갔다. 09시 출근, 18시 퇴근하는 틀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수많은 고난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3가지를 갖추고 나니 어느 정도 안정된 느낌이 든다.

 

 


   

다음 예정 글 : 제8화_도서관에서 하루종일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아


이전 06화 제6화_아무도 알려 주지 않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